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설(社說)로 한국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맞서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주요 매체가 아시아권 특정국가의 장관을 거명하면서 이번과 같은 수준의 찬사를 보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WSJ는 '정직한 한국인(The honest Korean)'이란 제목의 7일자 사설에서 "포퓰리즘에 맞설 배짱을 가진 정부 고위인사가 항상 있는 건 아니다. 이런 논쟁에 꼭 필요한 합리적 감각(good sense)을 불어넣고 있는 한국의 박 장관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고 썼다.
이 신문은 취업준비 청년에게 4년간 1200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한 민주통합당의 공약, 무상급식 및 보육비 확대를 약속한 새누리당 공약 등을 예시하면서 "한국에서는 올해 4월 총선,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공약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복지혜택은 다음 세대에 '복지 세금'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입각한 과다한 복지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한다"는 지난달 24일 박 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WSJ는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하면서 한국 정치인들이 사회복지 지출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하기 쉽지만, 이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조차 사회복지를 감당하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장관이 과도한 복지프로그램을 위한 증세(增稅)에 강력하게 반대한 것은 복지로 인한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유럽은 박 장관의 임기가 끝나면 그를 빌려갈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이 사설과 관련해 박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라의 곳간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원칙을 밝힌데 대해 호평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15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선거철을 앞두고 선심성 입법과 공약이 남발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뒤 복지, 조세 관련 포퓰리즘 공약에 정면으로 대응해 왔다. 이달 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을 대표해 재정부를 방문한 가수 김광진 씨와의 대담에서 "한국의 복지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한꺼번에 선진국 수준으로 하는 건 상당한 재정부담이 수반된다. 불필요한 사람에게까지 복지 혜택이 제공되고 복지에 기대려는 유혹을 주는 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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