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책임져라” 前총리 법정 세운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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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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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르 하르데 아이슬란드 전 총리(61·사진)가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와 관련해 5일 형사재판 법정에 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 국가지도자를 단죄하기 위해 법정에 세운 것은 아이슬란드가 처음이다.

앞서 아이슬란드 의회의 금융위기특별조사위원회는 2010년 4월에 발간한 ‘진실보고서’를 통해 하르데 전 총리를 포함한 정부 각료 4명이 은행권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하르데 전 총리를 특별법정인 ‘란즈도무르’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란즈도무르는 전·현직 각료들에 대한 특별형사재판법정으로 1905년 처음 도입된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하르데 전 총리는 최고 징역 2년형에 처해지게 된다.

하르데 전 총리의 혐의는 일부 각료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은행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일부 각료들은 그에게 아이슬란드의 경제적 규모에 비해 주요 은행이 너무 비대해져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은행권의 총자산액은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0배를 상회했다. 결국 금융위기에 휩싸인 아이슬란드는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고, 외채는 GDP의 약 6배인 50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이르렀다.

하르데 전 총리는 이날 법정에서 “2008년 10월 은행들이 무너지기 시작하기 전까지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아이슬란드 은행의 부채 규모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며 “나에게 부과된 근거 없는 혐의를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재판은 집권 사회민주연합당이 꾸민 정치적인 보복”이라며 “현재 아이슬란드의 경기 호조세를 본다면 위기대처 전략에 대한 나의 혐의는 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이슬란드의 GDP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축소 보고한 혐의(직무유기)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대통령경제수석이 기소됐으나 2004년 무죄판결을 받았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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