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납치 한국인 3명 무사히 풀려나… 29시간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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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두인 납치범들 음식 주며 우호적 태도… 미안하다 말하기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성지순례를 하다 베두인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던 한국인 3명이 29시간여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10일 오후 4시 반경(현지 시간) 베두인족 무장 세력에게 납치된 이민성 목사(53)와 장로 이정달 씨(62), 현지 한국인 가이드 모종문 씨(59·여)와 이집트인 여행사 직원 등 4명은 11일 오후 9시 40분경 다른 일행들이 머무르는 현지 캐서린플라자호텔로 돌아왔다.

흰색 지프를 타고 건강한 모습으로 숙소에 도착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폭행을 당하지 않았고 납치범들이 잘 대해줬다”면서 “모두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고 말했다.

모 씨는 “(납치범들한테서) 구타를 당하거나 욕설을 듣지 않았다”며 “그들은 이집트 정부와 싸운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피랍 직후 시나이 반도 주지사와 현지 경찰 책임자는 베두인 족장의 중재로 납치범들과 석방 협상을 진행했다. 납치범들은 한국인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최근 시나이 반도 은행 무장 강도 혐의로 체포된 동료 살렘 고마 우다(29)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당국이 납치범들의 요구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들은 시나이산 인근 유적인 성 캐서린 수도원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서 무장 세력에게 납치됐다. 이집트 경찰에 따르면 성지 순례객을 태우고 버스 3대가 이동하던 중 일부 탑승자가 용변이 급해 1대가 정차했다. 용변을 마친 승객들이 다시 차량에 올라타는 순간 잠복해 있던 소총을 든 베두인족 10여 명이 탄 트럭 두 대가 버스 앞을 가로막으면서 탑승객들에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요구했다.

외교통상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당시 아무도 버스에서 내리려 하지 않자 무장 부족이 일부 탑승객의 멱살을 잡고 살짝 때리기도 하다가 결국 앞쪽에 탄 가이드 모 씨를 비롯한 한국인 3명과 이집트 현지 직원을 데리고 부족 마을의 한 숙소로 갔다. 부족민은 납치한 한국인과 투옥된 동료의 맞교환을 원했다. 시나이 주지사와 경찰청장의 지휘하에 베두인 족장이 중재하는 협상이 이뤄졌다.

피랍자들은 부족민의 거처로 옮겨져 음식을 대접받았으며 그들로부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납치세력은 특별히 한국 정부에 요구한 사항도 없었다. 협상이 끝난 뒤 이 씨 등 3명은 11일 오후 8시경 부족 마을에서 석방됐다. 이들은 일행과 합류한 뒤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다음 여정인 이스라엘 타바 국경을 넘어 떠났다.

한편 피랍자들과 동행했던 여행객들은 여행지역의 위험성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여행객은 “위험지역인 줄 몰랐다. 이집트 현 상황에 대해 염려는 했지만 최근 미국인 등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자로 여행자제 경보(2단계)가 홈페이지에 올라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나이 반도는 이번 사건의 여파로 여행객과 순례객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하지만 시나이산은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것으로 성경에 기록된 곳으로 한국인 순례객들이 좀처럼 줄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시나이반도는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이후 소요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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