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가슴앓이’… 怒…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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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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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공업용 실리콘’ 성형수술 각국 여성들 “제거만 무료” 어이없는 대책에 분노
“감독 부실 책임… EU가 나서라” 요구


“가슴에 시한폭탄을 넣고 사는 기분이에요. 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것도 겁나는데 보형물 제거만 해준다니 어이가 없어요. 내 가슴이 어떻게 되겠어요?”

베네수엘라에 사는 마리 카를라 씨(22)는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비키니 수영복을 고르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3년 전 받은 수술로 예뻐진 가슴을 비키니 수영복으로 뽐내며 해변을 거닐 생각만 해도 행복해서 날아오를 것 같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의 진단은 통증보다 더 큰 고통을 안겨줬다.

“보형물이 변형됐고 오른쪽 가슴에선 이미 실리콘이 새어나오고 있대요.” 병원에선 가슴 확대를 위해 넣은 실리콘 젤이 발암 위험 등 문제가 있다며 재수술을 권유했다. 그녀의 가슴에 든 보형물은 공업용 실리콘젤을 의료용으로 속여 팔다 적발돼 파산한 프랑스 폴리 앵플랑 프로테즈(PIP)사의 제품으로 65개국에 수출돼 30만 명이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2011년 12월 23일자 A23면 佛 유방확대 ‘공업용 실리콘’…


베네수엘라 보건당국은 PIP사의 보형물을 넣은 여성들에게 무료로 제거 수술을 해주겠다고 나섰지만 탁상공론식 대책에 피해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영국 BBC 등이 11일 보도했다. 공립병원에서는 보형물을 제거만 할 뿐 새로운 보형물을 넣어주지는 않는다. 새로운 보형물을 넣으려면 사비를 들여 사립병원에서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통증이 심하기로 악명 높은 가슴 수술을 두 번씩이나 받아야 하는 것이다. 또 공립병원은 주치의도 환자가 정할 수 없다.

정부 대책에 어이없어 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사립병원들은 “우리 병원에서 새로운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으면 제거는 무료로 해주겠다”며 환자 유치에 나섰다. 카를라 씨는 “사립병원의 재수술은 비용만 4600달러(약 528만 원)”라며 “돈이 없으면 기다리다 가슴이 터질 것이고 공립병원을 찾으면 가슴이 망가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베네수엘라의 피해 여성들은 10일 PIP사를 고소했다.

다른 남미와 유럽의 여성들도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CNN은 500여 명의 아르헨티나 여성들이 정부에 피해자들을 위한 재수술 기금 마련을 요청했으며 영국과 독일 등의 피해자들도 정부의 해결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피해 여성 3만여 명에게는 재수술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정부가 의료용품의 결함 여부를 판매 허가 전에 체크했어야 한다”며 재수술 비용과 법적 책임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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