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라고 버려진 아이… 아프간 大權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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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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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여성 대통령 꿈꾸는 쿠피 의원 인생 스토리 화제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여인이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최근 201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아프간의 여성 정치인 파우지아 쿠피 하원의원(36·사진)은 1976년 태어난 직후 어머니에 의해 집 밖에 버려졌다. 남편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아들을 간절히 바랐던 어머니는 아기가 딸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실망해 뜨거운 햇빛 아래 아기를 내버렸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정신을 추스른 어머니는 마음을 고쳐먹고 아기를 다시 안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7명의 부인 중 한 명이었고, 쿠피는 아버지의 19번째 자식이었다.

그러나 4년 후 남편이 죽자 어머니는 달라졌다. 자식들을 데리고 카불로 이사한 어머니는 쿠피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다했다. 이 덕분에 쿠피는 당시 아프간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1996년에 권력을 잡은 탈레반 정권이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바람에 쿠피는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해 대학 강사였던 남편과 결혼했다.

결혼 이후 그의 삶은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됐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전 정권의 고위 경찰 간부였던 쿠피의 오빠를 잡으러 무장군인들이 집에 들이닥쳤다. 오빠를 찾지 못한 군인들은 대신 쿠피의 남편을 끌고 가 감옥에 가뒀다. 남편은 감옥에서 폐결핵에 걸려 2003년 숨졌다. 이후 쿠피는 혼자 두 딸을 키우며 유니세프 등의 단체에서 아프간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년 뒤 그는 더 근본적인 변혁을 위해 정치권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탈레반 붕괴 후 처음 실시된 2005년 9월 총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이슬람 원리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아프간에서 여성 정치인의 길은 생명을 건 투쟁이었다. 특히 그가 출마한 고향 바다크샨 주는 아프간에서 가장 가난하고 보수적인 지역이었다. 연설을 하기 위해 찾은 이슬람 사원에서 출입을 거부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 기간 내내 끊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아프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회 부의장에도 올랐다. 2010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국회와 TV 토론회에서 사회 문제 개선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은 아프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 자매지인 데일리비스트는 최근 “아프간에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파우지아 쿠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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