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삭제 압력’ 獨대통령 사퇴 위기

  • Array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부동산 구입 저리대출 보도 신문사에 “전쟁 치를것” 폭언“법 위의 대통령” 비판 쏟아져… 총선 앞둔 메르켈 총리에 불똥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사진)이 자신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사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드러나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발단은 일간지 빌트의 지난해 12월 13일 보도였다. 보도에 따르면 불프 대통령은 니더작센 주지사 시절 지인으로부터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시중 금리보다 싸게 50만 유로(약 7억4788만 원)를 빌렸다. 빌트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신문은 불프 대통령이 첫 기사가 나간 뒤 카이 디크만 주필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해 기사를 비난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2일 보도했다. 특히 불프 대통령은 편집국장에게 전화음성 메일로 “추가 보도를 하면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폭언까지 했다고 전했다.

속보가 이어지자 불프 대통령은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사과했다. 하지만 파문은 더욱 커졌다. 또 다른 유력지 디벨트가 3일 불프 대통령이 2011년 6월 가족에 대한 보도를 막으려고 기자와 편집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에 사민당의 토마스 오퍼만 원내 의장은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직접 나서서 전말을 설명하든지 아니면 물러나라. 이 문제를 다룰 시간이 3주나 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후베르투스 하일 사민당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살라미 전술’(큰 문제를 조금씩 나눠 목표를 관철해 나가는 전술)은 끝나야 한다”고 거들었다. 집권 연정에 참여 중인 자민당의 호르겔 자스트로 부당수도 “대통령이 해선 안 될 일”이라고 가세했다. 독일기자협회는 “유명인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비판적 보도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을 국가 최고 권력자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불똥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기민당 소속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까지 튀고 있다. 전임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무역 등 독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군사작전도 필요하다”는 포함(砲艦)외교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전격 사임한 뒤 불프 당시 니더작센 주총리 겸 기민당 부당수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사람이 메르켈 총리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4일 불프 대통령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