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서미스트리트’ 아역스타는 늘 가슴을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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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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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C, 美대선 ‘불법 이민’ 쟁점 속 31세 카를로 앨번 사연 소개

불법 체류자 신분을 속이고 세서미스트리트에 출연했던 카를로 앨번이 1993년 캐릭터 인형 중 하나인 그로버를 겨드랑이에 낀 채 웃고 있다. BBC 홈페이지
불법 체류자 신분을 속이고 세서미스트리트에 출연했던 카를로 앨번이 1993년 캐릭터 인형 중 하나인 그로버를 겨드랑이에 낀 채 웃고 있다. BBC 홈페이지
카를로 앨번(31)은 1993∼1997년 미국의 인기 어린이 TV 프로그램인 세서미스트리트의 주연급 아역 연기자였다. 그리고 불법 체류자 어린이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런데 당시 제작진은 아무도 몰랐지만 실제론 앨번 자신도 불법체류 신분이었다. 에콰도르 출신인 그의 가족은 당시 유효기간이 지난 비자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 BBC 방송은 25일 “2012년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불법체류 이민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앨번이 세서미스트리트 출연 시절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애태웠던 사연을 전했다.

앨번은 “내가 일할 자격이 있음을 증빙하는 세금 관련 서류와 계약서를 써야 했다. 그건 위조문서였다”고 13세 소년 시절의 불안한 처지를 회상했다. 당시 별 문제는 없었다. 그가 제출한 서류가 가짜일지 모른다고 의심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후 앨번의 가족은 변호사를 통해 영주권을 얻으려 했지만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계속된 거짓말은 물론이고 신분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그는 다른 출연자들과도 점점 거리를 두었다. 그는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지도 못했다. 좌절감과 외로움이 몰려왔다”고 회상했다.

앨번은 세서미스트리트를 떠나던 해에 영주권을 취득했고 지금은 TV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민 문제는 결국 정치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적인 영역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앨번은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을 맞이했지만 모두가 그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퓨 히스패닉센터는 2월 미국의 지난해 불법이민자 규모는 약 1120만 명이고 이 가운데 약 800만 명이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거주하고 일하지만 불법체류 신분으로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불법 이민자들의 처지는 ‘황금 새장’으로 표현된다.

요즘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주자들은 불법 이민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인 지위를 주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정책을 반대하던 공화당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22일 CNN 방송이 주관한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에서 “시민권은 불허하되 인도적 차원에서 가족과 함께 합법적으로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기존 입장에서 180도 선회했다. 이에 다른 보수파 대선주자들은 강한 톤으로 깅리치 의장의 변신을 비판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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