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지금]인권엔 ‘속좁은 대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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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세금폭탄 아이웨이웨이 증거금 예치 막고…
“오보 기자 단속” 명분으로 해외 언론까지 옥죄기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사진) 씨는 14일 변호사와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세무당국의 횡포를 폭로했다. 아이 씨는 올해 초 81일간 구금당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베이징 지방세무국으로부터 1500만 위안(약 26억6000만 원)의 ‘세금 폭탄’을 맞았다. 납부 기한은 16일까지.

세무 당국은 세무국 명의의 납세 전용 계좌에 이 돈을 넣으라고 통보했다. 아이 씨는 과세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증거금을 ‘납세 계좌’가 아닌 당국이 지정한 시중은행에 예치하겠다고 밝혔다. ‘납세 계좌’에 넣으면 증거금이 아니라 체납 세액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 씨는 15일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시민들이 후원 성금으로 모아준 돈을 우선 ‘납부’했다. 기한 내에 체납 세액을 내지 않으면 사건을 공안에 넘기겠다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 씨는 본인은 물론이고 아내와 과거 소속 회사 회계 담당자 등 주변 사람들이 구속되는 등의 피해를 우려했다며 당국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털어놨다. 14일까지 시민 3만여 명이 세금 납부에 쓰라며 기부한 돈은 870만 위안(약 15억4000만 원)에 이른다.

정부의 강압에도 아이 씨를 돕기 위한 지원의 손길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은 신원을 알리지 않아도 되는 우체국 송금이나 인터넷 직불카드로 돈을 보내주고 있으며 아이 씨의 스튜디오로 현금을 던진 뒤 재빨리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언론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가신문출판총서는 15일 성명을 통해 연말까지 ‘오보 기자’ 집중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거짓 또는 부정확한 보도를 내보낸 기자가 색출 대상이다. 단속에 걸리면 언론계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도 있다.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 매체도 이번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오보의 기준이 특정 기사가 사실에 부합하느냐보다는 체제 순응 여부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굳이 오보 기자라고 명칭을 붙인 건 정치색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내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사회 안정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은 탓인지 연달아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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