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탐욕 응징”…80여개국서 反월가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6일 0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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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선 폭력시위 양상…공공건물 방화

자본주의 탐욕·불평등 규탄 목소리 높아

"빈부 격차와 분배의 불평등을 해소하라."

미국 맨해튼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된 반(反) 월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15일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동조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가장 많이 몰린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공공건물에 방화하는 등 일부 과격시위로 변질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지역에서는 평화적 시위가 이루어졌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82개국의 약 1500개 도시에서 유사한 시위가 개최됐다고밝혔다.

◇아시아=반월가 시위는 시간대가 가장 빠른 아시아권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 도쿄 도심의 부유층 거주 지역인 롯폰기와 히비야 공원에서는 정오부터 100여명씩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빈부격차의 시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빈부격차는 인간의 긍지를 파괴한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면서 "격차가 벌어지면 범죄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며 생활보호자가 증가해 재정을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시드니에선 오후 2시부터 호주중앙은행(RBA) 앞 광장에 1000여 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시드니 점령' 인터넷사이트는 "상위 1%가 다스리는 세계는 잘못됐다"며 "시위 참가자들이 다양한 캠프를 차려놓고 시위에 나서는 한편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번 시위를 이끌어갈지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참가자는 밤샘 시위에 대비해 텐트 등을 설치했다.

시드니 뿐 아니라 멜버른과 브리즈번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 서울과 대만 타이베이, 홍콩, 뉴질랜드 등에서도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월가 점령' 시위가 진행됐다.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도시 오클랜드 아오테아 광장에선 텐트와 슬리핑백 등으로 '무장한' 2000여명이 자본주의의 탐욕 등을 규탄하면서 6주간의 장기 시위에 돌입했다.

서울 집회는 빗속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소비자협회와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가 개최됐다.

◇유럽=아시아권에 이어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다발 시위가 열렸다. 유럽 지역은 재정위기가 심한 탓인지 시위 규모도 컸으며 시위양상도 격렬했다.

수만명이 거리로 나선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국방부 청사 별관과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지르거나 은행 점포의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띠었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서는 과정에서 최소한 70명이 부상했고, 부상자 중 경찰과 지역 주민을 포함한 45명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로마 시위 참가자들은 이탈리아 전역의 약 80개 도시에서 기차와 버스 750대를 이용해 모여들었고, 볼로냐에서도 경찰과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약 8000여명의 시위대가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청사 앞에서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부당함과 은행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도 베를린에서도 4만여명이 시위에 나선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무실 앞에서 1만명이 행진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5000여명의 시위대가 `런던 증권거래소(LSX)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여했고,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시위에도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런던 시위에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참가해 시위자들을 독려했다.

유럽연합(EU) 수도 격인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6000여명이 모여 `진짜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유럽 각국과 미국, 아시아에서도 온 시위대는 이날 점심시간 무렵부터 브뤼셀 북부역 광장에 집결해 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포르투갈 리스본,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 취리히와 제네바, 그리스 아테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 등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더반, 케이프타운 등지에서도 동조시위가 열렸다.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로 내정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장은 이날 파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청년들에겐 분노할 권리가 있다"며 시위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시위가) 변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미주=미국에서는 당초 이 시위가 처음 시작된 뉴욕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시카고, 마이애미 등 주요 도시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 측은 미국에서만 100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와 브라질 등 미국 이외 국가에서도 동조시위가 벌어졌다. 월가 시위의 진원지인 뉴욕에서는 맨해튼 남부 월가에서 1000여명이 거리행진을 한 뒤 오후 5시부터는 타임스스퀘어에 60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대형 은행의 돈벌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JP모건 체이스와 씨티은행 등에 은행계좌를 폐쇄하려 진입했다가 무단침입죄로 수십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도 5000여명이 모여 평화행진을 벌였으며 워싱턴 DC에서는 2천여명의 시민이 맥피어슨 광장과 프리덤 광장 등에 모여 `반 정부' `반 기업' `반전(反戰)' 등을 외쳤다.

캐나다에서도 토론토에서 5000여명, 밴쿠버에서 3000명이 집회를 갖는 등 나라 전역에서 수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몬트리올과 퀘벡, 오타와 등 주요 도시에서도 수천명씩 모여 실업과 분배의 불공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브라질의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수백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남부 리우 그란데 도술 주의 주도(州都)인 포르토 알레그레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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