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건부 구원투수 역할 맡을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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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재정위기 유럽 지원하겠지만 각국 스스로 일 잘하라”

유럽 재정위기를 맞아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재정위기에 빠진 이탈리아를 중국이 구원할지를 놓고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중국은 14일 “각국은 스스로의 일을 잘하라”고 일갈했다.

○ 호령하는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날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 기조연설에서 “세계경제 회복이 장기적으로 어려우며 복잡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각국은 진정으로 책임을 져야 하고 스스로의 일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은 책임 있고 효과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채택하고 채무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며 투자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해 세계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보호해야 한다”고 서방국에 촉구했다. 중국에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적자를 감축하고 일자리를 늘리라는 신호를 선진국에 보낸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해석했다.

또 원 총리는 미국을 직접 거론하면서 “미국은 자국 시장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를 허락하고 중국에 대한 수출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며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재정·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 구원투수 역할 맡을까

원 총리는 이날 “중국은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면서 유럽에 대한 지원 의사를 명백히 했다. 하지만 구체적 대상과 방법을 밝히지 않고 유럽에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상임고문은 블룸버그통신과의 통화에서 “원 총리의 언급은 중국이 도와주고 싶고 투자를 원하지만 재정위기를 다루는 적절한 조치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소리”라고 풀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이탈리아가 위기에서 탈출할 만한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유럽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구두선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당초 재정 곤란에 처한 스페인에 10억 유로어치의 국채 구입을 약속했지만 실제 구입액은 4억 유로에 그쳤다고 한다.

반면 홍콩 일간 밍(明)보는 중국이 이탈리아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소개했다. 중국은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유럽의 쇠퇴를 막아 미국과 중국, 유럽이라는 3대 세력의 병립을 희망한다는 것. 또 유럽 내에 중국의 인권과 무역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견제하는 친중국 국가들을 만들 수 있다고 밍보는 분석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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