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가담 11세 소년에 ‘보호관찰 18개월’ 중형… 英 ‘법치 바로세우기’

  • 동아일보

“네가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어도 감옥에 갔을 것이다.”

지난달 발생했던 영국 폭동 때 런던 동부 럼퍼드의 디벤험스 백화점에서 50파운드(8만6000원)짜리 쓰레기통을 훔쳤다가 경찰에 잡힌 11세 소년에게 영국 헤이버링 소년법원이 ‘보호관찰 18개월’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소년은 30여 명의 무리에 섞여 백화점에서 6000파운드 상당의 재물을 손상한 혐의도 받았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소년이 거주할 곳은 지방당국이 정한다.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함께하지 않으면 외출도 할 수 없다. 보호관찰은 범죄자를 교도소나 교정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게 하면서 주거지와 만나는 사람을 제한하고 관찰관의 지도와 방문을 받게 하면서 범죄자를 개선시키는 제도다. 법원은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렸다. 런던경찰청은 소년이 폭동에 가담했다가 처벌받은 사람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고 밝혔다.

존 울라드 판사는 선고문에서 소년에게 “이번 범죄는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절대 (법망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고 훈계했다. 판결이 내려지는 동안 소년의 옆에 앉아 있던 모친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소년은 7월 폭동에 가담하기 5일 전 버스 좌석을 칼로 찢고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이미 기소된 상태였다. 그의 부친은 지역에서 악명 높은 갱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세에 불과한 소년에게 내려진 이번 판결은 공공질서를 바로잡고 엄격한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영국 사회 전반의 흐름과 뜻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판결이 보도된 BBC, 스카이뉴스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합리적인 판결이다”는 찬성 의견과 지지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앞서 체스터시 법원은 지난달 16일 직접 폭동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에 폭동 계획과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올린 20대 2명에게 징역 4년씩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다수의 옳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반항하게 부추겼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영국 경찰은 지금까지 폭동과 관련해 모두 2124명을 체포했고 절반이 넘는 1221명을 기소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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