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카다피와 줄행랑’ 만화 그렸다가… 시리아 문화계 거물 피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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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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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유명 풍자 만화가이자 거물급 문화계 인사인 알리 페르자 씨(60)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비유한 만화(사진)를 그린 후 괴한에게 납치돼 중상을 입었다. 언론들은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페르자 씨가 시리아 반정부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25일 마스크를 쓴 무장괴한들이 다마스쿠스 거리에서 그를 밴에 강제로 태웠고 몇 시간 동안 구타한 뒤 길거리에 버렸다는 지역 인권단체의 주장을 보도했다. 온몸에 피를 흘린 채 공항으로 향하는 인근 도로에 버려져 있던 페르자 씨는 이날 오후 지나가는 행인에게 발견돼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인권단체의 대변인은 “특히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붕대를 감고 있으며 오른쪽 눈도 다쳤다”고 전했다. 이날 무장괴한들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권단체는 “정부의 보안당국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페르자 씨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여행 가방을 든 아사드 대통령이 도망가는 카다피 원수의 차를 히치하이킹 하는 만화를 게재했다. 이 밖에도 그는 최근 아사드 대통령이 빠르게 다가오는 기차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의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시리아에서는 대통령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페르자 씨는 다마스쿠스대에서 예술을 전공한 후 1970년대 국영신문에 이어 1980년대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정기적으로 만화를 게재하며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0년 아버지에 이어 정권을 물려받은 아사드 대통령은 페르자 씨의 마음을 돌리려 주간 풍자 잡지 ‘알도마리’의 발행을 허가해주기도 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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