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시골검찰의 반격? 무디스 -S&P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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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 요동치는 건 신용평가사 음모적 평가 탓”
유로존 공감대… 칼 빼든듯

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사무소에 경찰 수십 명이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항구도시 트라니 지방검찰의 지휘를 받은 경찰들은 세계 경제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두 기관의 사무실을 뒤져 일부 서류들을 압수했다. 이날 이탈리아 의회에서는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의 새 진원지로 부상한 이탈리아의 경제 대책에 관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연설이 있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카를로 마리아 카피스트로 트라니 지방검사장은 “두 신용평가기관이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압수수색이 지난해부터 촉발된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및 금융위기 논란 과정에서 ‘빅2’ 신용평가기관의 위법 사실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라니 검찰은 지난해 5월, 2개의 소비자단체가 ‘그리스의 재정위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은행시스템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무디스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무디스 보고서는 주가 폭락을 부르며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고, 소비자단체들은 “무디스로 인해 이탈리아 경제와 소비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지지부진했던 검찰 수사는 올 5월 ‘재정적자 때문에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S&P의 발표로 유로존이 들썩거리자 다시 본격화됐다. 특히 지난달 S&P가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감축 조치를 비판한 뒤 수사 강도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트라니 검찰은 최근까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 내정자,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까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라니 검찰과 별개로 로마 검찰도 6월과 7월에 있었던 금융시장의 대혼란과 신용평가기관의 연계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많은 정치인은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무디스와 S&P의 음모적이고 자의적인 평가 때문”이라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유럽의 정·재계 지도층도 피치까지 포함된 빅3 신용평가기관이 일방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독일은 정부의 암묵적 지원 속에서 빅3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신용평가기관 설립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검찰의 움직임이 영미권 신용평가기관의 독점적 지위에 반발해온 서유럽 국가에 어떤 파장을 부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S&P는 4일 성명을 내고 “트라니 검찰의 조사는 근거가 없다”며 “우리의 일과 평판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의 공개는 신중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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