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電’전긍긍 일본… ‘忍’화단결 국민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무더위 전력난에 오후 1∼4시 절전 당부했더니…꾹 참고 잘 따라 4시 이후가 전력 피크타임으로

자료: 도쿄전력
자료: 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로 일본에서 올여름 전력 비상이 걸린 가운데 벌써부터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시작되자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도권 일부에선 35도를 넘기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전력회사는 국민에게 절전을 거듭 당부하는 한편 7월부터 본격적인 계획정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시간대별 전력사용량 집계 결과 피크타임이 예상과 달리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로 드러나 정부와 전력회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마디로 일본 사람들이 ‘말을 너무 잘 듣기’ 때문에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여름 전력수요는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 전후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일본 당국은 최근 “오후 1∼4시가 전력 피크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 특히 오후 2시 전후로는 각별히 절전에 협조해 달라”며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왔다. 전력회사 측은 국민의 불안과 불만을 달래기 위해 “피크 시간대가 지나면 심하게 절전하지 않아도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자 상당수 일본 국민이 오후 4시까지는 더워도 꾹 참고 전기 사용을 자제하다 오후 4시를 넘기면서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의 전원을 켜기 시작하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이 일제히 섭씨 30도를 넘긴 23일 도쿄와 동북지방 등 도쿄전력 관할지역의 시간대별 평균 전력사용량은 오후 4∼5시에 4225만 kW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피크타임으로 예상했던 오후 1∼4시엔 4100만 kW대에서 움직였다. 올여름 최초의 불볕더위 날로 기록된 22일에도 하루 최대 전력사용량(4129만 kW)을 기록한 시간대는 오후 4∼5시였다.

지난해 6월 23일의 시간대별 전력사용량을 보면 피크는 오후 2∼3시였다. 당시엔 최대 사용량이 5000만 kW에 육박한 것으로 볼 때, 올해엔 국민들이 정부의 절전 요청에 적극 호응해 전기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후 2시 전후 피크타임엔 애써 더위를 참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원전사고의 3중 재난을 당한 동북지방엔 무더위와 전력난에 이어 장마, 강한 여진 등이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주민들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진 동북지방엔 최근 하루 100mm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져 홍수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23일 이른 아침엔 이와테(岩手) 현 앞바다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