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인간방패’ 전략으로 다국적군의 공습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변경되고 있다. 이 과정에 트리폴리에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외신기자들이 하마터면 다국적군의 폭격을 받을 뻔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영국 데일리메일 22일자에 따르면 리비아 당국은 20일 밤 카다피 원수 관저가 폭격을 당하자 21일 아침 외신기자들을 폭격현장에 데려갔다. 이 가운데는 미국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 시간 트리폴리에서 2400km 떨어진 영국 동부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토네이도 폭격기들이 카다피 원수 관저에 3차 공격을 하기 위해 접근해오고 있었다. 폭격기들은 1.3t짜리 ‘스톰새더’ 미사일들을 카다피 원수 관저에 퍼부을 예정이었다. 폭격이 끝나면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곳을 때릴 작정이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3주 전 트리폴리에 잠입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던 영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목표물 주변에 민간인들이 몰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공격을 중지시켰다.
이 사건 때문에 CNN방송과 폭스뉴스는 22일 설전을 벌였다. 폭스뉴스가 이날 오전 영국군의 폭격이 CNN 등 외신기자들 때문에 중단됐다면서 카다피 정권이 외신기자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CNN 측은 “우리는 인간방패로 이용되지 않았으며 폭스뉴스의 보도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리비아 정부가 카다피 원수 관저가 3차 공격 목표가 될 것임을 알고 외신기자들을 현장에 데리고 갔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리비아 당국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텔레그래프는 리비아 당국이 버스를 동원해 ‘인간방패’를 데려오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특히 리비아 어린이들의 최대 명절인 21일 지방 학교에 6세 어린이들까지 모아놓고 바비인형과 기념물을 나눠주면서 카다피 원수 찬양 구호를 외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에서도 이곳까지 진주했던 카다피 병력이 민간인 속에 섞여버리는 바람에 프랑스군이 공격을 포기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연합군의 정밀폭격과 인간방패를 의식한 공격 취소로 민간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측도 20일 오전 연합군의 1차 공습으로 6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2, 3차 공습 이후에는 민간인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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