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동북부 농어촌 폐허··· 방사선오염 공포··· 日 ‘위기의 밥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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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공급 - 안전 비상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종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일본산 등 수입 농수산물까지 오염 파문으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식료품 파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 일본 원전 사고, 한국에도 불똥


시민들 사이에서는 “안심하고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해 식품 가격이 상승했다. 이미 한파와 구제역 파동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 각종 채소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국제요인까지 겹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자 정부가 4일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었을 정도. 여기에다 방사성 물질 누출로 수입 농수산물의 오염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먹을거리 부족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부 이소영 씨(39)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육류는 가격도 비싸고 먹기도 불안해 주로 생선과 나물 등을 먹어왔다”며 “이번 사고로 수입 농산물이나 생선도 먹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에서 냉각수로 사용한 바닷물이나 공기 중으로 치솟았던 방사성 물질이 인근 바다로 들어가면 주변 해양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 또 향후 태풍 등으로 동풍이 불 경우 한반도나 중국 지역으로도 방사성 물질이 날아와 농작물을 오염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1986년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낙진이 유럽까지 퍼져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정부는 우유 판매 및 음용 제한, 채소 섭취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바다에 떨어진 낙진을 흡수한 물고기나 낙진에 오염된 풀을 먹은 소가 생산하는 우유 등을 먹으면 방사성 물질이 인체로 들어올 수 있다”며 “소량이라도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흡수되면 잘 배출되지 않고 30년간 몸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백혈구 조혈세포 생식세포 등에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 식품 신뢰도는 바닥으로


세계에서 생선 섭취량이 가장 많은 일본이지만 지진해일(쓰나미)의 영향으로 태평양 연안 어획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전복과 미역 생산지로 주민의 90%가 어업에 종사하는 이와테(巖手) 현 미야코(宮古) 시의 경우 어선 900척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파됐다.

게다가 잇따른 원전 사고로 광범한 지역에 방사성 물질이 퍼지면서 이 일대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일대에서 생산된 농작물에 대해 일단 출하를 정지하고 정밀검사를 통과한 상품만 유통시키기로 했다.

일본에선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만큼 사고 지역 농산물이 당분간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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