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무서워서 도저히…” 교민 270명 센다이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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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지만 일 때문에… ” 일부는 복구 기다리며 남아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에서 한국 교민과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의 일본 탈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센다이 시 아오바(靑葉) 구 한국 총영사관에는 40여 명의 교민들이 모였다. 대사관 측이 준비한 버스로 니가타(新潟) 공항에 가기 위해서다. 불안한 곳을 떠난다는 안도감이 얼굴에 묻어났다.

아들 및 조카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주승희 씨(53·여)는 “도저히 무서워 일본에서 살 수 없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올 날짜를 정해놓지 않고 한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 300여 구가 발견된 센다이 시 해안마을 아라하마(荒濱)에 살고 있어 쓰나미 피해를 바로 눈앞에서 봤다. 남편이 여전히 센다이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들과 함께 귀국하기로 결정한 것도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40대 한 여성은 딸 2명만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는 “일 때문에 나는 떠날 수 없지만 애들은 하루 빨리 한국으로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딸은 한국말이 서툴렀다. 그는 니가타로 함께 가는 다른 일행에게 “딸아이가 한국행 비행기 타는 것을 꼭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10여 년 전에 센다이 시내 한국 음식점에 요리사로 온 정점순 씨(62)는 “센다이 시내는 피해가 크지 않지만 서울에 있는 딸들이 귀국하라고 난리”라며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지었다. 센다이에서 일하는 딸을 만날 겸 여행을 온 진윤이 씨(65·여)는 “니가타에서 도쿄까지 신칸센으로 이동한 후 한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일본 여행길에 평생 겪기 힘든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사관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니가타 혹은 아키타(秋田)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날 버스로 떠난 57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대사관 도움으로 센다이를 떠난 교민은 모두 270명이다. 100여 명이 머물고 있던 영사관 내 한국인 피난소에는 16일 10여 명만 남았다.

일본에 남아 있는 교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센다이 시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이혜령 씨(40·여)는 “지진 여파가 워낙 강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정든 곳을 떠나기가 어렵다”며 “차츰 안정이 돼 가니 계속 센다이에서 뿌리 내리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센다이=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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