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불꺼진 도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모자라 戰後 첫 제한송전
전철 운행 줄여 출근대란… 빌딩 소등-방송시간 단축도

동일본 대지진 나흘째인 14일 도쿄 등 수도권에 제한송전이 실시됐다. 일본에서 전력이 부족해 송전을 제한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도쿄 도는 제한송전 상황을 봐가며 단수도 실시할 예정이다.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0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을 5개 그룹으로 나눠 3시간씩 전기공급을 중단했다.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이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가동을 중단해 하루 1000만 kW(약 300만 가구분)의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제한송전을 4월 초까지로 계획하고 있지만 원전 등의 재가동 시점을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간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계획정전과 단수 조치로 일부 초등학교는 휴교령을 내렸다.

전력 부족 사태로 도쿄 시민들은 이날도 출근길 대혼란을 겪었다. 전력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쿄 메트로와 수도권 전철이 평소보다 운행을 20∼30%씩 줄였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에 사는 재일한국인 유모 씨(40·여·회사원)는 “평소 1시간 걸리는 출근길이 3시간이나 걸렸다”며 지친 표정을 지었다. 도쿄 외곽에 사는 직장인 가운데는 출근길에 나섰다가 열차가 다니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속출했다. 일본 최대 백화점 체인인 다카시마야는 상당수 직원이 정시에 출근하지 못해 신주쿠(新宿)점 등 도심 주요 5개점이 영업을 포기했고 긴자(銀座) 거리에도 구치 등 명품 숍이 ‘임시 휴업’ 안내문을 써 붙였다.

유동 인구가 많은 유라쿠(有樂) 정도 ‘휴일 같은 월요일’이었다. 유라쿠 정의 명소 긴자9아케이드도 아예 폐점하는 등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때의 패닉이 떠오른다”며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도쿄 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전자제품 양판점 빅카메라 유라쿠초점 TV 매장은 진열된 TV를 모두 끄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기타무라(北村) 점장은 “손님도 거의 없지만 이따금 오는 손님도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이나 건전지를 사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도심의 주요 오피스빌딩도 엘리베이터를 평소의 절반만 운행하는 등 절전에 참여했다. 아사히신문 도쿄본사 9층에 있는 동아일보 도쿄지사도 이날 오후 5시까지 소등에 참여했다. 한편 NHK는 19일까지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5시간 동안 교육방송과 위성2채널 방송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