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日증시 패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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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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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도 쓰나미… 한신대지진 때처럼 단기간내 V자형 회복 어려워
장기적으론 낙관 전망도… 亞증시는 큰 타격 없어

동일본 대지진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피해 당사국인 일본과 주변국이 확연히 달랐다. 14일 일본 증시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업종별로 대지진의 반사이익을 얻는 쪽과 피해를 보는 쪽이 확연하게 구분되면서 주가도 명암을 달리했다. 전문가들은 자연 대재해의 영향은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이번 대지진의 피해가 광범해지고, 장기화한다면 국면이 바뀔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본 증시 하락폭 예측하기 힘들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인 6.18%나 떨어졌지만 이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대지진이 지금도 진행형이어서 앞으로 산업시설과 항만 등의 피해가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고, 이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의 범위를 가늠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일본 증시가 단기간에 7%까지 하락해 닛케이평균주가는 9,500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대지진은 한신 대지진과 다르다는 게 노무라증권의 분석이다. 한신 대지진 때는 정부 재건사업 지출에 따라 증시가 ‘V자’형 회복을 했지만, 이번에는 피해의 범위가 넓어 이런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는 전망이다.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만 해도 일본은 올해 2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1% 포인트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성장률의 저점이 3, 4분기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GDP는 약 500조 엔인데 올해 1.5%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상당 부분 수정돼야 한다”며 “일본의 재정적자가 명목 GDP의 200% 정도 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돈을 푸는 데 큰 부담을 받을 수 있고 경제회복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있다. 산업시설 파괴는 GDP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피해 복구에 따른 건설경기는 플러스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신 대지진 당시에는 일본의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진으로 인한 복구비용이 GDP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GDP 감소분은 피해 복구 사업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은 변수는 원전으로 후쿠시마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원전이 폭발해 가동이 중단된다면 일본 전력 수요의 13%가량이 공급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산업 쪽 피해 복구가 더 늦어지면 주식시장에 장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 엇갈린 주변국 증시, 업종별 영향도 달라

이날 주변국 증시는 일본과 달리 혼조세를 보였지만 지진 피해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앞으로 받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아시아 증시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의 주요 지수는 상승세로 끝났다. 다만 코스피가 오른 것과는 별개로 업종별로는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 카지노, 호텔, 원자력 관련주가 폭락했고 항공, 해운, 보험, 유통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일본의 주요 철강사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 금속업종은 7% 이상 올랐고,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화학,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도 상승세를 탔다. 정보기술(IT) 업종 가운데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업체가 많고 여행업종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는 코스닥지수는 이날 15.57포인트(3.00%) 떨어졌다.

한편 14일(현지 시간) 오후 2시 현재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증시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나스닥지수 등이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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