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하야]우여곡절 무바라크 하야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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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시위대 요구 수용될 것”… 美 CIA “사임 가능성 높다”
외신 6시간 동안 오락가락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일 TV 연설을 통해 즉각 퇴진 거부 발표를 하기 직전까지도 영국 BBC, 미국 CNN 같은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설은 11일 0시 9분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에 “‘무바라크가 사임할지 모른다’고 집권 국민민주당(NDP) 사무총장이 말했다”는 속보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비슷한 시각 AP통신도 BBC를 인용해 “하야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오전 1시경 이집트 군이 모든 TV 채널을 동원해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를 시사하는 ‘코뮈니케 1호’를 발표하면서 하야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카이로 지역 군사령관 역시 반정부 시위의 ‘메카’ 타흐리르 광장에서 “여러분의 요구가 오늘 수용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흐마드 샤피크 이집트 총리도 BBC 아랍어 방송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 사임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하고 있으며 상황이 곧 명확히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미 의회 보고는 ‘설’을 ‘사실’로 만들었다. 리언 패네타 CIA 국장은 10일 청문회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일부 연방의원들에게 말했다. 이 말은 CNN 전파를 타고 즉각 세계에 전달됐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북미시간대 연설에서 “오늘 세계는 이집트에서 펼쳐지는 역사와 변화의 순간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집트가 질서 정연하게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패네타 국장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오전 5시 46분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무라바크 대통령이 약 17분 동안 계속된 TV 연설을 통해 “대부분 권력을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이양하겠지만 대통령 자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6시간 동안 전 세계 언론을 달군 하야 기사는 순간 오보가 됐다.

미국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는 “언론사는 이집트 정세를 오판할 수도 있지만 CIA 수장이 판세를 잘못 읽었다는 건 정말 낙담할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CIA가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임박으로 정세 판단을 한 것은 군 최고군사위원회 등 이집트 권력 내부의 급박한 동향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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