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 한장 때문에… EU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의장국 헝가리, EU건물에 1848년 지도 그린 것 깔아…
“과거 영토분쟁 부추기나”

유럽연합(EU)이 연초부터 카펫 한 장 때문에 시끄럽다. 최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 깔린 카펫의 지도 무늬가 영토분쟁과 전쟁을 경험했던 일부 유럽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문제의 카펫은 올해 상반기 EU 순번 의장국인 헝가리가 EU 이사회 건물 로비에 깔아놓은 것. 200m² 크기의 이 대형 카펫에는 헝가리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하에서 지금보다 넓은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던 1848년 당시 중부유럽 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에 대해 중부유럽의 회원국들은 “과거 자국 영토에 대한 향수와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헝가리가 제1차 세계대전 후 자국 영토를 체코슬로바키아와 같은 주변 독립국에 떼어 주도록 한 1920년의 ‘트리아농 조약’에 대한 불만을 카펫에 담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빅토르 오르번 헝가리 총리의 최근 행보는 회원국들과의 마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우파 정당의 압승으로 총리에 오른 직후 트리아농 조약이 체결된 6월 4일을 ‘국민 통합의 날’로 지정했다. 또 과거 헝가리 영토였던 주변국에 살고 있는 헝가리 민족에게 여권을 지급하는 시민법안을 밀어붙여 논란을 키웠다. 최근에는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미디어법안을 통과시켜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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