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이 前소니회장 센카쿠 강경외교에 완곡한 충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군부에 압도당해 국가통제 실종… 中, 1930년대 日실수 반복말길”

“중국은 일본이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범했던 실수를 피하려면 국내의 공산당과 관료 군부 간의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사진) 전 일본 소니 회장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중국이 최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등을 놓고 일본과 영토 갈등을 벌이면서 강경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완곡하게 충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데이 전 회장은 “일본은 당시 (경제 군사적으로) 규모와 양이 커지면서 실수를 했으며 외부 세계로부터 매우 자기 주장적(assertive)으로 비쳤다”며 “‘일본판 삼각균형’인 정치가와 관료 군부 간 균형이 군부에 의해 압도당해 무너지면서 국가가 통제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도 당과 관료 군부 간에 ‘중국판 삼각균형’이 있는데 이들 요소 간 힘의 균형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는 중국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이 전 회장은 “지금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와 달라서 무역분쟁과 영토갈등, 정치적 시비 등으로는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이 전 회장은 소니 회장과 고문을 지냈으며 2007년 6월 이후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독립이사를 맡고 있다. 도쿄(東京)에서 ‘퀀텀 립스(Quantum Leaps)’라는 자문회사도 운영 중이다. 아시아 각국의 지도자와 지식인을 모아 상호 간의 경제 관계 전망 등을 토론하기도 하는 그는 중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중-일 관계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본은 중국에 있어서 거울과 같아 산업화와 세계화 측면에서 중국은 일본이 20, 30년 전에 겪은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일본의 1970, 80년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것은 일본 업계에서도 예견했던 것이고 놀라거나 기분 나빠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중국의 발전은 양국 간에 더욱 많은 협력 기회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서 소니나 한국의 삼성 같은 브랜드가 나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10여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거대하고 미성숙하며 개척되지 않은 국내 시장도 많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너무 해외 팽창에 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준비가 안 된 채 밖으로 나가다가는 오히려 내수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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