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3일 각료회의를 열고 첫해 84억 유로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차관 형태로 224억 유로를 지원하는 그리스 지원법안을 승인했다. 독일 의회는 7일까지 이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총 1100억 유로를 지원해달라고 신청한 그리스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원에 부정적이던 태도를 바꿔 뒤늦게 구제안에 합의했지만 안팎의 비난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각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독일의 지원이 유로화를 안정시켜 궁극적으로 독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차제에 EU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을 개정해 재정적자 관련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강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그리스 지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총리의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결정지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지방 선거(9일)가 코앞에 닥쳐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확정한 것은 그리스 사태를 방치했다가 독일은 물론이고 유로존 전체 경제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가 더 큰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수위도 높아졌다. ‘마담 농(Madame Non(No라는 뜻))’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지원 결정을 미적거리는 사이 독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그만큼 더 늘어나는 결과만 가져왔다는 것이다. 마르틴 파우스트 프랑크푸르트 재무행정대 교수는 “독일이 당초 신속하게 그리스 지원 의사를 밝혔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높은 세금 부담에 직면한 민심이 9일 지방 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릴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자민당(FDP) 연정이 상원에서 집권 다수당의 지위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또 FT는 사설에서 “메르켈 총리가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지원안이 최종 합의에 이르면 신념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총리가 (그리스 구제 논의에)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내심으로는 그 과정이 너무 빨리 진행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한편 EU는 7일 저녁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구제금융 합의안에 최종 ‘도장’을 찍을 예정이다. IMF 이사회도 이번 주에 300억 유로의 구제금융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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