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환자에 발차기? 신용평가사 또 도마에

  • 동아일보

“사전경고는 못하고 강등만” WSJ - NYT등 강력 비난

신용평가회사가 비난의 십자포화에 휩싸였다.

국제적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연거푸 낮추자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가부채 위기를 수습하러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리스를 신용평가회사가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EU도 S&P가 28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수준으로 낮춘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챈털 휴스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S&P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어렵고 민감한 시기에 신용평가회사가 책임 있는 자세로 엄격하게 일하기를 기대한다”며 우회적으로 S&P를 공박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이날 “신용평가회사의 말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경제분석가 실뱅 브루아예 씨는 “국채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신용평가회사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반응하고 이는 다시 국채시장이 폭락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29일 ‘신용평가회사는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신용평가회사들은 최근 유럽에 국가부채 위기가 다가오는데도 경보를 울리기는커녕 미적거리기만 했다”며 “지금이야말로 규제당국과 투자자가 신용평가회사에서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빼앗아 올 절호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신용평가회사는 붐비는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사람과 같다”며 “문제점을 짚어내지는 못하면서 공황상태를 창출하는 데는 일조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칼 레빈 미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신용평가회사는 자신이 등급을 매기는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내재돼 있다”며 신용평가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신용평가회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고 신용평가회사의 평가 방법에 관한 정보공개를 늘리는 데 역점을 둔 새 EU 규정이 12월에 발효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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