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 늘리고 마그마, 빙하에 급속 냉각… 암석 되기전에 재로 굳어 폭발력 키우고 마그마에 닿은 얼음 수증기化… 압력낮은 지표서 분출력 폭증
유럽 전역의 비행기들을 일주일째 땅에 묶어두고 있는 에이야D랴외퀼 화산의 이름은 아이슬란드어로 ‘섬에서 떨어진 빙하’라는 뜻이다. 화산은 이름에 걸맞게 빙하를 뚫고 폭발했다. 화산 전문가들은 “외퀼(빙하)이 없었다면 피해가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빙하 때문에 화산이 광폭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 빙하의 물이 폭발력과 화산재의 원인
에이야D랴외퀼 화산의 마그마는 점성이 낮은 현무암 성분이다. 끈끈하지 않기 때문에 터지듯 분출되지 않고 땅을 타고 흐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조면암질이나 유문암질 마그마는 폭발력도 세고 화산재도 많이 발생한다. 서기 79년 폼페이시를 화산재로 묻어버린 베수비오 화산의 마그마는 조면암질이나 유문암질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온순한’ 현무암 성분의 마그마도 물을 만나면 난폭해진다. 물이 고온의 마그마에 섞이면 수증기로 변하는데 수증기는 압력이 낮은 지표면으로 나오는 순간 급격하게 부피가 팽창한다. 마그마에 물이 조금만 섞여도 분출되는 순간 팝콘을 튀길 때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하게 튀어 오른다.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 교수는 “화산이 빙하 지역에 있다보니 대량의 물이 섭씨 1200도가 넘는 마그마와 만나 수증기로 변하면서 폭발력이 세졌다”고 말했다. 화산재가 상공 10km 이상의 높이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제트기류를 타게 됐고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돼 피해를 키웠다.
빙하는 화산재의 양도 늘렸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대개 느린 속도로 흐르며 천천히 굳어 구멍이 뚫린 검은 암석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빙하나 물을 만나 갑자기 식으면 2mm가 채 안되는 상태에서 굳어져 화산재가 된다. 윤 교수는 “넓은 면적을 덮을 수 있는 돌이 가루가 돼 하늘로 올라간 셈”이라고 말했다. 해저 화산에서 화산재가 많이 생기는 것도 같은 원리다.
○ 이대로 진정될까
에이야D랴외퀼 화산은 현재 화산재 분출이 줄면서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분화구 주변의 빙하가 이미 대부분 수증기로 변해 더 이상 물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산재는 더 안 나와도 마그마 자체의 분출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수일 정도 지속하는 화산이 있는 반면 이탈리아의 에트나 화산처럼 수년째 마그마를 분출하는 화산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황재하 책임연구원은 “아이슬란드는 지각이 벌어지는 곳인 해령 위에 있어 화산 활동이 잦은 지역이라 새로운 화산이 분출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화산재로 인한 한반도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번 화산재가 23∼27일 사이에 한반도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황 연구원은 “에이야D랴외퀼 화산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화산재가 한반도에 떨어질 여지는 적다”며 “비행기의 운항 여부는 화산재의 농도나 위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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