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보다 우크라 살리기 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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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코비치 첫 해외순방
모스크바 아닌 브뤼셀 선택

대통령선거에서 친(親)서방 후보를 물리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 이후 유럽연합(EU)과의 거리감을 좁히며 친러시아 노선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첫 해외 순방길에 나선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러시아부터 방문하는 전통을 깨고 1일 EU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먼저 도착했다. 헤르만 판롬파위 EU이사회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집행위원장, 캐서린 마거릿 애슈턴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등과 면담한 뒤 러시아 모스크바는 5일 방문한다. 브뤼셀 방문을 앞두고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관세동맹에 우크라이나가 동참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핵심 측근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온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러시아의 요구에 덜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서방 측에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러시아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안나 게르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은 AP통신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동쪽(러시아)과 서쪽(EU)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브뤼셀에서 가교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 모스크바에서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서 간) 균형 잡힌 외교정책 추진은 우크라이나가 처한 경제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지금은 서쪽과 동쪽 친구 모두에게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의 새뮤얼 차라프 연구원은 2004년 오렌지혁명을 통해 집권한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다른 오렌지혁명 지도자들과 갈등을 빚고 민주주의 증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서방국가들과 마찰을 일으켰던 점을 거론하며 “지난 5년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실망했다면 이번에는 러시아가 실망할 차례”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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