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첸 라마 中정협위원 추대… “달라이 라마 견제”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당국에 의해 티베트 불교의 2인자로 임명된 11대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20)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추대됐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일 보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기알첸 노르부가 올해 정협이 끝날 때 부주석 25명 중 한 명으로 선출돼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지며 판첸 라마는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달라이 라마에 이은 서열 두 번째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정협 상무위원회는 3일 정협 개막에 앞서 지난달 28일 기알첸 노르부를 정협 위원으로 추대했다. 기알첸 노르부는 테니스 선수 출신 위원인 옌쯔(晏紫·26) 씨를 제치고 최연소 위원이 됐다. 정협 정원은 약 2200명으로 업계와 학계, 종교 사회 단체, 소수 정당, 대만과 홍콩 출신 등으로 구성되는 일종의 정책 자문기구다.

종교 지도자인 기알첸 노르부는 지난달 3일에는 중국불교협회 8차 전국대표회의에서 부회장으로 당선돼 처음으로 일반 대중 조직의 직무를 맡은 후 이번에는 정치 지도자로도 나서게 됐다. 홍콩 경제일보는 “기알첸 노르부의 정협 위원 추대는 티베트의 안정과 함께 그의 지위를 높여 달라이 라마에게 대항하는 역할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만 롄허(聯合)보는 “최근 수년간 중 당국이 기알첸 노르부를 공개적인 장소에 자주 출현시켜 해외에서 독립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달라이 라마에게 대항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며 “불교협회 부회장 등 공직을 맡기는 것은 기알첸 노르부의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롄허보는 “티베트 불교의 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의 균형을 티베트 지배의 한 수단으로 삼았던 것은 청나라 시대부터 있어온 것으로 중국은 이를 답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는 지난달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만나는 등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며 중-미 간에도 마찰음을 빚었다.

중국 정부는 1989년 1월 10대 판첸 라마가 입적한 후 달라이 라마가 10대 판첸 라마의 환생이라고 지목한 겐둔 치에키 니마를 거부하고 1990년 2월 태어난 기알첸 노르부를 11대 판첸 라마에 임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티베트인들은 기알첸 노르부를 판첸 라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치에키 니마는 중국 당국에 체포된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