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여객기 9600m 상공서 ‘난기류 아수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잠자던 승객들 천장에 충돌… 한국인 3명등 16명 부상
美 “사고후 계속비행 경위조사”

미국 워싱턴을 출발해 일본 나리타(成田) 공항으로 향하던 미 유나이티드항공 897편(보잉 747기)이 20일 강력한 난기류를 만나 한국인 3명을 포함한 16명이 부상했다고 일본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승객 245명과 승무원 19명을 태운 이 여객기는 출발 8시간 후인 20일 오전 10시 55분경 미국 알래스카의 앵커리지 상공 약 9600m 지점에서 난기류에 휘말렸다.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난기류로 인해 여객기는 심한 충격을 받았고 TV를 보거나 잠을 자고 있던 일부 승객은 몸이 여객기 천장에 부딪히거나 통로로 튕겨 나갔다. 승객 소지품과 여객기 비품, 음료수 컵 등이 어지럽게 기내를 날았고, 승객들의 비명으로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천장 안쪽에도 큰 구멍이 뚫렸다. 안전벨트 착용 안내방송이 나간 지 10초 만에 난기류가 덮쳐 대부분의 승객은 미처 안전벨트를 맬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이 사고로 한국인 승객 3명을 포함한 16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으며,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었다.

여객기는 승객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도 가까운 앵커리지 공항에 착륙하지 않고 일본으로 향해 5시간 후인 오후 3시 45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기장은 관제탑에 긴급상황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나리타 공항 도착 45분 전에 나리타 공항 소방본부에 부상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구급차를 요청했다.

기장이 사고 발생 직후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비행을 계속한 데 대해 의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 항공당국이 경위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985년 이후 태평양과 일본 상공에서 난기류에 의한 여객기 사고는 8건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70여 명이 부상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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