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실업률을 잡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일자리창출 회의(Job Summit)’를 열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787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재원은 제한돼 있다”면서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쓸 카드가 마땅찮음도 실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 최고경영자와 중소상공인 대표, 학계 및 시민단체 대표 등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부가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 진정한 경기회복은 민간부문에서 나서줘야 가능하다”며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재정적자가 이미 1조4000억 달러에 달해 내놓을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26년 만에 최고치인 미국의 실업률은 10.2%로 미국인 10명 중에 1명은 실업자다. 당장 실업률을 끌어내려야겠지만 아프가니스탄 3만 명 증파에다 자신의 우선 개혁과제인 건강보험 개혁 등 돈이 들어갈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위해 정부가 쓸 돈이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시작된 회의에서 6개 팀으로 나눠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짜냈다. 녹색에너지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더 만들고 수출확대를 통한 고용증대 방안,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및 중소기업 지원 등 열띤 토론을 했다. 중소기업과 수출기업 지원 및 고용증대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아이디어도 나왔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으로선 정부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표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의회에선 △실업자 지원 △고용확대 기업 세제혜택 △과감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중소기업 세제감면 △공공근로 프로그램 마련 등을 뼈대로 하는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하나같이 재정을 풀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고용사정이 개선되기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면서도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의 얘기를 주로 듣는 ‘경청 모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다음 주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고차를 팔고 새 차를 살 때 현금지원을 해줬던 것처럼 주택을 개조할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대통령이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美 최악 실업사태 바닥쳤나 일자리 감소 10월 11만1000개→11월 1만1000개로▼ 미국 노동부는 11월 한 달간 사라진 일자리가 1만1000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10월의 경우 무려 11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에 비해 불과 1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점차 둔화되면서 미국 실업률이 소폭 하락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당초 11월 중 사라질 일자리 규모가 13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양호한 결과가 나온 덕분에 실업률은 종전 10.2%에서 10.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자리 감소 규모가 크게 줄면서 미국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실업사태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AP통신은 “예상을 뛰어넘는 실업률 수치는 노동시장에 힘을 북돋아주는 뉴스”라면서도 “내년에 실업률이 또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아 실업률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 CIBC 월드마켓의 애버리 셴펠드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 신호가 아직 활발하지는 않더라도 불황이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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