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는 보즈워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특사임명후 방한 6번중 5번이 주말 ‘잠행’
언론노출 최소화… “방북뒤 회견도 불투명”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말인 6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문제 담당 특사로 임명된 이래 그가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6번째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을 수행했던 6월 2일(화)∼5일(금)을 제외하곤 공교롭게도 그의 방한 일정은 모두 주말이었다. 방한 앞뒤로 중국과 일본 방문 일정을 조정하느라 한국 방문 일정이 자연스레 주말에 맞춰지게 됐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 외교 소식통은 “주한 대사를 지내 한국을 워낙 잘 아는 보즈워스 대표가 주말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가 아닌 외부 인사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그렇게 일정을 잡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3월 방한 때는 일요일인 8일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을 은밀히 만나기도 했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주말에 방한하면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보즈워스 대표가 이번 방한에 앞서 한국 정부에 언론 노출을 최소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며 “방북을 마치고 다시 한국을 찾는 10일 이후에도 언론과 접촉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70세의 고령인 보즈워스 대표가 최근 언론과의 밀고 당기기에 힘들어했던 것 같다”며 “이번 방북 성과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보즈워스 대표는 3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첫 번째 방북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한다면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은 다자회담의 원칙을 무시하고 광범위한 북-미 양자회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보즈워스 대표의 태도는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자주 비교된다. 힐 전 차관보는 한국 기자들을 만나 질문공세에 시달리면서도 “더 질문이 없느냐”고 말할 정도로 ‘언론 노출’을 즐겼지만, 보즈워스 대표는 대부분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뜨는 ‘언론 기피’ 성향을 보였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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