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문제 담당 특사로 임명된 이래 그가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6번째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을 수행했던 6월 2일(화)∼5일(금)을 제외하곤 공교롭게도 그의 방한 일정은 모두 주말이었다. 방한 앞뒤로 중국과 일본 방문 일정을 조정하느라 한국 방문 일정이 자연스레 주말에 맞춰지게 됐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 외교 소식통은 “주한 대사를 지내 한국을 워낙 잘 아는 보즈워스 대표가 주말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가 아닌 외부 인사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그렇게 일정을 잡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3월 방한 때는 일요일인 8일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을 은밀히 만나기도 했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주말에 방한하면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보즈워스 대표가 이번 방한에 앞서 한국 정부에 언론 노출을 최소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며 “방북을 마치고 다시 한국을 찾는 10일 이후에도 언론과 접촉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70세의 고령인 보즈워스 대표가 최근 언론과의 밀고 당기기에 힘들어했던 것 같다”며 “이번 방북 성과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보즈워스 대표는 3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첫 번째 방북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한다면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은 다자회담의 원칙을 무시하고 광범위한 북-미 양자회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보즈워스 대표의 태도는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자주 비교된다. 힐 전 차관보는 한국 기자들을 만나 질문공세에 시달리면서도 “더 질문이 없느냐”고 말할 정도로 ‘언론 노출’을 즐겼지만, 보즈워스 대표는 대부분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뜨는 ‘언론 기피’ 성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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