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가 등록금 인상 반대시위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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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 줄어 재정난
UCLA 등 최고 32% 올려

정부 보조금 축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미 전역의 공립대학들이 등록금을 크게 인상하자 학생들이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UC) 계열 10개 대학은 19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회의를 열어 학부생 등록금을 내년 가을까지 32%나 인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10년 전에 비해 3배나 뛰어오른 수준으로 연간 등록금은 현 7788달러(약 903만 원)에서 1만302달러(약 1195만 원)로 인상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외에도 미국 총 35개 주에서 공립대 보조금 예산이 줄어들어 등록금이 대폭 인상됐다. 플로리다 주와 뉴욕 주에 있는 수십 개의 공립대는 등록금을 15%씩 일괄 인상했다. 미시간대 학생과 교수진은 등록금 11.6% 인상안에 항의하기 위해 주 의회 의사당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애리조나대는 신입생 입학금을 1000달러나 한꺼번에 인상했다.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데모도 “196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대학가 시위”(시사주간지 타임)로 번져가고 있다. 19일 UCLA 캠퍼스에 학생 2000명이 집결해 격렬하게 시위를 벌인 데 이어 20, 21일에는 버클리, 데이비스,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학생들도 캠퍼스 내 건물 점거농성을 벌였다. CNN은 바리케이드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노래 부르는 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헬기를 출동시켰다고 보도했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에서는 점거농성을 벌이던 학생들이 50명 이상 연행되기도 했다.

등록금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로 재정난에 빠진 주 정부가 공립대 지원예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 2002∼2006년 미국 4년제 공립대의 교육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분의 1에서 절반으로 늘어났다. UCLA 지리환경공학과 4학년 에밀리 비스초프 씨는 “등록금은 올라가는데 교육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교수들이 ‘참, 거짓’ 문제 또는 ‘다지선다형 OMR 답안지’ 문제를 출제한다”고 비난했다. 제프 블레이히 캘리포니아대 이사장은 “한때 캘리포니아를 위대하게 만들었던 고등교육 시스템이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캘리포니아대의 인상된 등록금에 기숙사비 등의 부대비용(평균 1만6000달러)을 합하면 연간 학비는 2만7000달러(약 3130만 원)를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참고로 미국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도 지난해보다 4.4% 인상된 평균 2만6273달러(약 3047만 원)로 생활비와 책값 등을 포함하면 3만5600달러(약 4129만 원)에 이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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