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건보개혁, 두 걸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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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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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오바마 구상’ 담은 단일안 5표차 아슬아슬 가결

7일 밤 12시가 가까운 시각 미국 워싱턴 하원 본회의장. 의장석 왼편에서 우렁찬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려 퍼졌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의원, 팔을 쭉 뻗어 만세를 하는 의원, 서로를 얼싸안고 등을 두드려주는 의원들도 보였다. 하원에 상정된 보건의료개혁법안이 찬성 220표 대 반대 215표로 가결 처리되는 순간이었다. 가결 정족수 218명을 2명 넘긴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에서 반대표가 39표나 나왔다. 또한 안 조지프 카오 의원(루이지애나)은 공화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보건의료개혁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 의사봉을 힘차게 두드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참으로 멋진 밤”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 보건의료개혁의 완수까지 이제 단 두 걸음만 남았다”며 “상원도 법안을 심의, 가결해 올해 말까지 법안에 서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 국민 96% 건강보험 혜택… ‘오바마 구상’ 그대로 담아

이날 통과된 하원 단일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기본 구상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까지 보험 수혜 대상을 3600만 명 늘려 전 국민의 96%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정부가 관장하는 공공보험(퍼블릭 옵션)을 도입하되 지불 수가는 정부가 병원 및 의사와 협상하도록 했다.

직장보험을 제공하는 기업은 피고용인에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개인 및 기업에는 가구당 최대 1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법안은 또 보험회사가 개인의 병력(病歷)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 대상 사유를 제한하거나 높은 보험금을 부과하지 못하게 했다.

이날 최종 표결에 앞서 하원은 법안내용 가운데 낙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수정안을 가결했다. 공화당이 주도한 이 수정안에는 민주당 의원 64명이 무더기로 찬성해 민주당 지도부를 당혹하게 했지만 결국 최종표결에서 민주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이탈표를 막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 곳곳 지뢰밭… 연내 처리 불투명

하원의 관문을 통과한 보건의료개혁은 연내 개혁 완수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여정을 남겨두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과 달리 상원 민주당 사령탑인 해리 리드 원내총무는 최근 “우리는 어떤 시간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인들이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보건의료개혁 연내 완수 목표에 대놓고 반기를 든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상원에서 최종 단일안에 대한 심의와 표결로 가기 위해서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를 막을 60표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전망이 불투명하다. 실제로 상원 단일안에 공공보험이 포함된 뒤 민주당과 행동을 같이해 오던 무소속의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은 “공공보험 도입이 철회되지 않으면 공화당과 행동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상원 재무위원회 표결에서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당론을 어기고 보건의료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올림피아 스노 의원 역시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법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의료개혁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내 일부 보수 성향의 의원들도 법안 표결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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