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예일대 실험실에선 무슨 일이…

  • 입력 2009년 9월 16일 1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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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대학원생인 베트남계 이민 2세 애니 레(24.사진) 양이 실종 6일 만인 13일 연구실 건물에서 사체로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사체가 발견된 일요일은 그녀의 결혼식이 예정된 날이었다. 경찰은 약혼자 조나선 위도프스키 씨의 수사 협조를 통해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실종 전 연구실 건물 CCTV에 잡힌 애니 레 양. 사진=로이터 자료사진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진 더 보기
▲미국 예일대 대학원생인 베트남계 이민 2세 애니 레(24.사진) 양이 실종 6일 만인 13일 연구실 건물에서 사체로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사체가 발견된 일요일은 그녀의 결혼식이 예정된 날이었다. 경찰은 약혼자 조나선 위도프스키 씨의 수사 협조를 통해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실종 전 연구실 건물 CCTV에 잡힌 애니 레 양. 사진=로이터 자료사진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진 더 보기
지난 8일 미국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세계적인 명문 예일대의 캠퍼스. 결혼식을 일주일 여 앞둔 이 대학 약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애니 레(24)는 그날도 평소처럼 의과대학 연구실로 들어갔다.

실험에 쓰일 기자재로 보이는 것들을 잔뜩 손에 든 그녀는 자신의 전자 신분증으로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가 복도를 지나는 모습은 건물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도 잡혔다.

하지만 이후 레는 다시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지 못했다. 신분증을 소지해야 입장이 가능한 밀실이나 다름없는 건물 안에서 그녀는 실종됐다. 아무도 레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13일 결혼식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약혼자와 가족, 친구들은 애를 태웠다. 그리고 결혼식이 예정됐던 바로 그날 비보가 전해졌다. 레는 실험쥐 등이 보관된 건물 지하실의 어두컴컴한 벽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레의 시신 옆에는 피 묻은 옷가지가 남겨져 있었다. 이 옷은 레의 마지막 순간을 추측케 하는 동시에 범인을 찾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됐다. 경찰은 레의 사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칼 등 예리한 도구로 여러 차례 찔렸다거나 질식해 숨졌다는 등 엇갈린 추측을 보도했다.

경찰은 레가 사라진 그날 건물에 출입한 150여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전자 신분증을 접촉한 사람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출입 기록 조사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정확한 결과를 내기 위해 레의 사인과 부검 결과를 아직 공개하지 않는 한편 수사 과정 일체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예일대 살인사건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확인되지 않은 여러 정보들을 전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15일 코네티컷 주 지역 방송사인 WSFB는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예일대 동물 실험기술자 레이먼드 클락(24)이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락의 사진도 이날 공개됐다.

클락의 가슴, 팔 등 몸에선 누군가 강하게 저항하며 할퀸 상처가 발견됐다고 방송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는 또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하지 못해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락은 캠퍼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었으며 이 주변은 현재 경찰차 여러 대가 둘러싼 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아파트 관리인은 클락이 10일 집에 들어간 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클락의 가족은 그러나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슴에 생긴 상처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할퀴어 생긴 것이고 거짓말 탐지기는 오류가 많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클락이 평소 레와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으며 실종 당일 건물에서 레를 만나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지나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 클락이 레의 스토커였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현재 동거 중인 여자친구와 곧 결혼할 사이라며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아직 아무런 공식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결정적인 단서인 피 묻은 옷의 정밀감식 결과는 16일 나올 전망이다. 이 결과가 나오면 레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도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기대하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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