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나흘째 계속… 수도 아테네도 위협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성난 불길이 나흘째 그리스를 덮쳤다. 21일 오후 수도 아테네 북쪽에서 약 40km 떨어진 마라톤 인근 숲에서 시작된 불길은 24일에도 강한 북풍을 타고 아테네를 향해 남진했다. 불길은 발화지점에서 반경 약 20km까지 퍼져 마라톤 인근 팔리니, 피케르미, 네아마키, 디오니소스 등 인근 지역을 위협했다. 이날 현재 아테네 북부에서 15km 떨어진 지점까지 이르렀다. 아테네에서 차로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도시 아기오스스테파노스에서는 전날 주민 전원 소개령이 내려져 주민 1만여 명이 오토바이, 자동차를 타거나 걸어서 아테네로 향했다. 이에 앞서 그리스 정부는 22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에 힘을 받은 불길로 아테네 도심에서도 검은 연기가 보이고,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다. 이날까지 산불로 인한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불은 2007년 그리스 남부 에비아 섬과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발생해 76명의 사망자를 낸 산불 이래 최악으로 불리고 있다. 아테네를 위협한 이번 산불을 비롯해 지난 주말을 거치며 그리스 전역에서 65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 2000여 명의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가 화마와 싸우고 있지만 인력과 소방기구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유럽연합(EU)의 이탈리아, 프랑스, 키프로스는 화재진압용 항공기를 그리스에 긴급 지원했다. 한편 유서 깊은 유적지가 즐비한 마라톤의 주민들은 유적들이 손실될까 봐 가슴을 졸였다. 이날 불길은 고대 유물이 전시된 마라톤 박물관 근처까지 접근했고, 람누스 지역에 있는 2500년 된 고대 신전 두 곳도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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