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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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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역시 이를 단신(短信)으로 처리하는 등 차분하게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역판인 B섹션에서 간단히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루이스 의원이 단골 인권시위자로 체포된 경력도 많고 이들 의원의 ‘과격’ 행동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겠지만 너무도 당연한 경찰의 조치였기에 대중의 관심거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심 날로 확산되는 돼지인플루엔자 사태로 기사가 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돼지인플루엔자 사태가 한층 심각해진 28일 공화당의 알렌 스펙터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사실은 미국의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에서 ‘헤쳐모여’식 당적 변경을 흔히 봐왔던 기자로서는 웬 호들갑인가 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지난해 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공화당의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 전략에 구애받지 않고 법안을 통과할 수 있는 꿈의 의석수인 60석에 단 한 석 모자라는 59석을 갖게 됐다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해도 과도한 관심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상원의 한 관계자는 “선거 당시 지역민의 지지는 해당 의원은 물론이고 당에 대한 지지의 의사도 포함된 것이란 점에서 당적 변경은 큰 뉴스”라며 “유권자가 직접 상원의원을 뽑는 제도가 도입된 1913년 이후 최근까지 당적 변경은 10여 차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두 가지 사건과 언론 및 국민의 반응을 보면 서울과 워싱턴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관련해 정반대의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 두 가지 사건을 양국의 민주주의 성숙도의 격차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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