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환율조작” 선전포고?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22일 상원 금융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22일 상원 금융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가이트너 “모든 외교수단 사용” 고강도 비판

日도 외환시장 개입 조짐… 갈등 커질수도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는 22일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조작(manipulate)’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엔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5년여 만에 시장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여 미국 중국 일본 3국 간 ‘환율 전쟁’으로 비화될지 주목된다.

가이트너 내정자는 이날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믿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외교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조작’이란 표현을 쓴 것은 그가 재무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중국의 환율 개입에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중국에 대해 ‘환율 조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중국의 환율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환율 조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23일 “가이트너 내정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은 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도 외환시장 개입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쿄미쓰비시은행과 코메르츠방크 분석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의 ‘마지노선’을 달러당 85엔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것이 무너지면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행은 엔고 저지를 위해 2003년 기록적인 20조4000억 엔(당시 환율로 약 2290억 달러)을, 그 이듬해에도 14조8000억 엔을 각각 투입해 달러를 매입했다.

일본이 환율 개입에 나설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3대 경제국인 미-일-중 간의 미묘한 환율 대결로 비화될지 주목된다.

가이트너, 세금누락 해명 진땀

한편 가이트너 내정자는 21일 상원 금융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자신의 세금신고 누락 전력을 해명하면서 ‘실수(mistake)’라는 단어를 무려 41번, ‘실책(error)’이라는 단어를 11차례나 말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그는 “부주의한 실수였다” “피할 수 있는 실수를 범했다” “중대한 실수다” “나의 실수였고 내 책임이다” “이런 실수는 유감이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실수 시리즈’로 청문회를 장식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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