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할머니, 에콰도르 조폭 평정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쿠르벨로 씨, 10년간 교화 활동… 범죄 절반이상 ‘뚝’

남미 에콰도르의 최대 도시인 과야킬은 한때 ‘폭력 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인구 300만 명 중 6만 명이 폭력조직원이었다. 총격전과 칼부림이 끊이지 않았다. 한 달에 살인사건이 100건 이상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거리는 평온하고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젊은이들은 빵집, 미장원 등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범죄 건수는 예전의 40%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기적’은 넬사 쿠르벨로(67·여·사진) 씨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22일 소개했다.

수녀, 교사,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던 쿠르벨로 씨는 1999년 폭력 예방을 위해 ‘세르 파스’(평화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후 2년 동안 그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거리에서 조직폭력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왜 조폭이 됐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딘가에 소속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쿠르벨로 씨는 회고했다. 조폭에게 폭력은 존재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보통 조직원들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폭력조직에서 탈퇴하도록 유도하지만 쿠르벨로 씨는 오히려 조직에 계속 남아 있으라고 권했다. 그들에게는 ‘소속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폭력조직 자체를 바꾸는 방식을 선택했다. 폭력조직 지도자들을 만나 폭력을 포기하고, 자부심과 경제적 안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설득했다.

또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약속한 조직원들은 대출을 받아 작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른 폭력조직 조직원들과 함께 프린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다니엘 레고비아 씨는 “예전에 우리는 서로에게 총을 겨눴지만 이제 달라졌다. 쿠르벨로 씨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고마워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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