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美대사관에도 ‘백색가루’ 배달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日-獨-체코 등 18개국 美대사관서 연쇄 발견

정부, 독성물질 ‘리신’ 검출 우려에 정밀조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에 배달된 우편물에서 24일 ‘백색 가루’가 발견돼 정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달 8일부터 독일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덴마크 코펜하겐, 체코 프라하,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18개 미국대사관에서도 백색 가루가 발견된 데 이어 서울의 미대사관에서도 백색 가루가 발견된 것이다.

25일 경찰, 소방당국, 주한 미대사관 등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40분경 주한 미대사관의 우편물 검사실에서 백색 가루(5∼10g)가 담겨 있고 발신지가 미국 텍사스로 적혀 있는 소포용 우편 봉투 크기의 항공 우편이 발견됐다.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24일 오전 의심스러운 물질을 담고 있는 우편물이 발견돼 규정에 따라 신고를 했고 현재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4일 오전 11시 20분경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소방방재본부 화생방 구조대를 투입해 백색 가루가 담긴 우편물을 수거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우편물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화생방 구조대 관계자들이 인체 유해 여부를 검사했으나 유해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관계 당국은 최근 도쿄와 프라하 미대사관에 배달된 백색 가루에서 단백질 분해 때 나오는 독성 물질인 리신이 검출된 것을 감안해 이번에 주한 미대사관에 배달된 백색 가루에 대한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우편물 안에 있던 백색 가루는 현장 수거 뒤 서울시 환경연구원으로 보내졌고 다시 질병관리본부로 넘겨진 상태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진단 키트를 이용한 검사 결과 리신이 검출되지 않았고, 현재는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는 주말인 27, 28일에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한 미대사관 측으로부터 수사 요청이 들어올 경우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미국은 2001년 탄저균이 있는 백색 가루가 담긴 우편물로 5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뒤 백색 가루 테러 공포증에 시달려 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리신::

아주까리(피마자) 열매로부터 피마자유를 짜낸 뒤 남은 찌꺼기에서 추출되는 독성 단백질로 소금 한 톨 무게인 5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만 흡입하거나 주사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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