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보다 운동’ 한국이나… 미국이나…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유에스에이투데이 “대다수 대학 선수 학점이수 쉬운 특정학과 편중”

학업을 등한시하는 ‘운동 기계’의 양산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에스에이투데이가 최근 미국 대학 선수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선수들의 전공은 특정 학과에 심하게 편중돼 있으며 이는 운동선수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142개 대학의 미식축구, 남녀 농구, 야구, 소프트볼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전체 83%인 118개 대학에서 한 운동부 내 3, 4학년 학생의 25% 이상이 같은 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원 중 40% 이상이 같은 전공인 운동부도 53.2%나 됐다. 텍사스 엘파소대 남자 농구팀의 경우 3, 4학년 선수 7명이 모두 같은 전공이었다.

전미대학선수협회(NCAA)는 1991년에 선수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학교가 지원하도록 의무화했고 2003년에는 ‘40-60-80 규칙’을 만들어 선수들의 면학 분위기를 강화했다. 이 규칙은 선수들은 입학 뒤 2년간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의 40%, 3년간 60%, 4년간 80%를 이수하도록 규정한 것. 이를 못 지키면 장학금 혜택 축소, 퇴학 등 제재가 따른다.

하지만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선수 복지시설 등에 투자해 온 대학 측으로선 선수들이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학점을 이수하기 쉬운 전공과 과목으로 선수들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한 대학 선수는 “우리는 학위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대학에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중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운동을 계속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데이비드 리드패스 오하이오주립대 스포츠행정 부교수는 “대학 4, 5년간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쉬운 전공을 택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졸업 뒤 운동을 그만하게 됐을 때 이후 50여 년의 삶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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