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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4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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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증시 급락한 韓 - 日 - 브라질 등에 눈돌릴 때
NYT 현재 주가수익률 과거 불황기보다 아직 높아
■ 美 양대 신문 엇갈린 전망
‘세계 증시는 지금이 바닥인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인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폭락세를 이어가다 최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증시의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분분하다. 낙관론자들은 “지금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만큼 다시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가가 바닥이라고 속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 주식은 세일 중”=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전 세계 주식가치가 1970년대 경제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주식을 살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최근의 낮은 주가는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이미 반영된 결과”라며 “바꿔 말하면 더는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줄 (나쁜) 소식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특히 투자전문가의 말을 빌려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 심리에 따른) 지금의 투매상황은 욕조 안의 물뿐 아니라 아기와 기저귀까지 모두 함께 쏟아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주가는 매우 싼 상황이며 1929년 경제대공황과 같은 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브라질 등 최근 몇 주 사이에 증시가 폭락한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릴 때라고 조언했다.
이 신문은 최근 세계 주요 증시의 주가수익률(PER·price earning ratio)이 1970년 이후 지금까지의 전체 평균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1970년대 평균보다도 낮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PER는 주가를 기업의 주당 연평균 수익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주식이 저평가됐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신문은 “주식 시장의 변덕을 견뎌낼 수 있는 장기투자자라면 투자 여부를 신중히 고려해볼 때”라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한 주식배당수익도 정부채권 수익률보다 높다”고 전했다.
▽“주가 추가 폭락 가능성 있다”=반면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증시만을 놓고 볼 때 지금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지금보다 20∼35%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년 동안 느슨한 대출 기준과 불투명한 은행 시스템 속에서 거대한 신용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졌고 이번 금융위기는 그 신용대출에 대한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것.
이 신문은 특히 “현재 주식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지난 100년 동안 미국 증시의 PER 변화 추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미국 증시의 평균 PER는 16.25배이며 경기가 호황이던 1920년대와 1960년대, 2000년대 초반의 PER는 20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후 증시가 대폭락한 뒤 10년 이상 불황이 지속됐던 1932년 미국 증시의 PER는 6배, 1982년에는 7배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미국 증시 PER는 15.7배로 1900년 이후 평균(16.25배)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 불과해 주식이 그렇게 싸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불황이 지속될 때에는 PER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폭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