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 등 강한 산업 집중을”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원유 - 곡물 가격 안정 시간걸려”

“20년 지속 세계화 전환기 맞아

가공무역 한 - 중 - 일은 피해자

효율적인 분업체계 만들어야”

日경제의 미래상 ‘新마에카와 보고서’ 총괄 우에다 도쿄대 교수

《일본 정부는 이달 초 일본 경제의 장기 청사진에 해당하는 ‘신 마에카와 보고서’를 발표했다. 1980년대 중반 일본의 경제정책을 대전환시킨 ‘마에카와 보고서’는 일본 경제의 구조를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신 마에카와 보고서는 ‘낡은 규제를 깨고 세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권고를 뼈대로 삼고 있다. 일본 정부 경제재정자문회 산하 ‘구조변화 및 일본경제전문조사회’ 회장을 맡아 신 마에카와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사진) 도쿄(東京)대 교수를 10일 연구실에서 만나 그가 말하는 일본 경제의 현황과 미래 전략을 들어보았다.》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본은 관치(官治)경제 시스템을 통해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일본이 선진국의 뒤를 쫓던 시기엔 관치경제 시스템이 나름대로 훌륭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일본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할 처지가 되자 이 시스템의 기능이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됐다. 이런 상태가 최근 20년간 지속되고 있다. 미국식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어중간한 상태다.”

―일본 경제가 글로벌화의 물결을 잘 활용했다고 보는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에 해당하는 1990년대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된 시기다. 이 기간에 미국 경제는 연평균 2.9% 성장을 한 데 비해 일본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 성장에 머물렀다. 일본이 세계화를 적극 추진했더라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일본 경제가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지금 세계 경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 경제의 현 국면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20여 년간 지속돼 온 세계화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금융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한편 원유와 곡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진전된 결과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선진국에서 중국과 인도 등 에너지 효율이 낮은 신흥국으로 이전됐다. 생산시설이 이전됨에 따라 국제적인 수송 수요도 크게 늘었다. 종전에는 선진국에서 쓰는 제품은 선진국에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원료를 중국으로 가져가서 가공한 뒤 완제품을 선진국으로 다시 반출한다. 또한 세계화로 신흥국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에너지와 곡물에 대한 수요가 추가로 늘었다. 원유와 곡물 가격 상승은 세계화의 필연적인 귀결인 셈이다.”

―고(高)원유가 및 고곡물가 현상이 더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다. 과거 석유위기 때도 폭등 후에 점차 공급이 늘어나면서 원유가가 약 20년간 안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공급이 늘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공급량이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원유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성장률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는 중국 등 신흥국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현상이 세계화 자체의 진전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자원과 환경 문제 때문에 약간 브레이크가 걸리지만 근본적으로 세계화의 흐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단 유형이 바뀔 것이다.”

―새로운 세계화 시대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누구인가.

“수혜자는 자원부국들이다. 반면 피해자는 일본 한국 중국 등 가공무역형 경제구조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이다. 중국도 자원보유국이지만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끈 분야는 가공무역 부문이다. 따라서 중국도 일본 및 한국과 같은 범주로 봐야 한다.”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나라가 새로운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화의 물결을 적극적으로 타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성능이 뛰어난 기계설비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일본은 1980년대에 이런 노력을 많이 해서 에너지와 환경 부문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은 자원 절약 및 친환경 기술을 더욱 갈고 닦아 에너지 사용을 줄여 나갈 것이다. 또한 이런 기술을 국제정치적인 지렛대로도 활용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산업기술 수준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가공무역 의존도는 훨씬 높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여러 분야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이 미적거리고 있는 공항이나 해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아시아의 허브로 성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경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일본 및 중국과 효율적인 분업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우에다 가즈오 교수 약력

△1951년생 △도쿄대 졸업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오사카대, 도쿄대 조교수 역임. 현재 도쿄대 교수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소 주임연구관,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전공: 거시경제학, 금융론, 국제금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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