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We Can” 희망의 메시지, 인종의 벽 넘어서다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9분


“고맙습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오른쪽)이 3일 저녁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민주당 경선 승리를 선언한 뒤 부인 미셸 씨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세인트폴=AFP 연합뉴스
“고맙습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오른쪽)이 3일 저녁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민주당 경선 승리를 선언한 뒤 부인 미셸 씨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세인트폴=AFP 연합뉴스
■ 오바마 美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변화’ 열망 젊은 표심 ‘검은 돌풍’ 원동력으로

“美사회 최대 난제 인종문제 개선 계기 마련”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3일 대선 후보 경선 승리를 선언한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의 엑셀에너지센터. 이날 이곳은 미국 역사의 ‘뉴 챕터(새로운 장)’가 쓰이는 역사적 현장이었다.

오바마 후보가 오후 9시경(현지 시간) 부인 미셸 씨와 함께 연단에 오르자 1만8000석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오바마’를 연호하며 열광했다. 지지자들의 환호가 멈추지 않자 오바마 후보는 “생큐”를 20여 번이나 외치며 청중에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집회가 열린 곳은 9월 1∼4일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게 될 장소. 참석자들은 ‘변화, 믿을 수 있어요’ 등 구호가 적히거나 오바마 후보의 사진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오바마 후보의 얼굴에도 평소의 냉철함과 다른 흥분이 가득했다. 스스로도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어요)”이라는 환호 속에서 47세를 갓 넘긴 초선 상원의원은 비로소 얼굴 가득히 특유의 ‘살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다소 떨리는 어조로 “여러분 덕분에 이 자리에 서서 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 1776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지 232년 만에 주요 정당에서 흑인 대통령 후보가 등극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 국제사회도 ‘통합의 리더십’ 반겨

‘아프리카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태평양 한복판의 하와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본토로 와 명문대를 졸업한 뒤 빈민운동에도 몸을 담았고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이런 이력을 가진 ‘하이브리드 대통령 후보’가 탄생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미국 역사에는 ‘뉴 챕터’가 쓰이기 시작했다고 많은 이들은 평가한다.

새로운 시대를 연 주인공이 오바마 후보 혼자만은 아니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제 피부색이 미국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 없음을 입증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흑백 간 차별이 존재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상존하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난 미국인들의 표심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다. 조지워싱턴대 커크 라슨 교수는 “오바마 민주당 후보 탄생에 따라 미국 사회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였던 인종 간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의 등장은 미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4월 15일부터 5월 22일까지 미국 프랑스 독일 한국 일본 중국 등 22개국에서 총 2만2605명을 조사한 결과 55%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

○ “어느새 변화가 최고의 선으로 자리매김”

오바마 돌풍은 한마디로 ‘변화’와 ‘희망’에 대한 미국인들의 갈망의 반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바마 후보가 유세 때마다 부르짖은 ‘Yes, We Can’이라는 메시지는 미국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됐다. 한때 미국인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염증도 미국 사회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도자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 됐다.

젊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 열기 역시 미국 사회에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일조했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21%인 4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18∼29세 젊은이가 보인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오바마 후보의 ‘검은 돌풍’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걸스턴 선임연구원은 “어느새 ‘변화’라는 단어는 최고의 선(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젊은 유권자들은 오바마 후보가 외치는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 하기보다는 변화 자체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오바마-매케인 “북핵 불용-한미동맹 강화” 한목소리

■ 한반도 정책은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북핵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반도 정책에서도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북한 정책=두 후보 모두 북한의 핵 보유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매케인 후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중반∼2006년 말’과 비슷한 성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더 강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전직 국무부 출신과 온건파 교수들의 자리를 로버트 케이건 등 네오콘(신보수주의) 핵심 이론가들이 차지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매케인 후보는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 인권 상황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해결 방법으로도 국제사회의 압력 등 ‘채찍’을 강조한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부시 행정부가 2006년 말까지 고집해온 양자대화 거부 정책이 북핵 문제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전제조건 없이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그의 공약은 이번 대선의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후보도 공화당 측이 이를 비판하자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를 지켜내기 위해 단호해야 할 뿐 아니라 양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오바마 후보는 한미 FTA를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블루칼라 계층과 노조 공략을 위한 선거전략 성격도 있지만 민주당의 역사에서 잉태된 보호무역주의적 성향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자유무역 옹호자인 매케인 후보는 한미 FTA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한미동맹 자체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동맹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소장-노장, 참신함-안정감

오바마 박빙 우세

■ 본선 대결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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