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언론 “EU, 연락사무소를 대사관으로 승격 추진”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국가지위 부여’ 비밀문서 파문

유럽연합(EU)이 세계 각국의 EU 연락사무소를 대사관으로 승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공개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에는 EU 회원국들을 포함한 전 세계 160여 개 국가에 설치된 연락사무소를 대사관으로 승격시키며, 리스본 조약에 따라 창설되는 유럽대외관계본부(EEAS)가 이 작업을 맡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EEAS는 내년 1월 직원 2500∼3000명 규모로 출범해 직원 수를 7000명 또는 2만 명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 신문은 EU 측이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이 같은 계획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고 전했다.

가장 큰 염려는 올해 말까지 완료할 것으로 목표한 리스본 조약의 각국 비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2월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서명한 리스본 조약은 4월 말 현재 11개국에서 통과됐다. 국민투표를 피하기 위해 ‘헌법’ 대신 ‘조약’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으나 사실상의 내용은 2005년 부결된 EU 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일랜드를 제외한 EU 26개 회원국에서 이 조약은 의회만 통과하면 법적 효력을 가지지만 국민 여론이 악화될 경우 이마저도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EU 대사관 설립 계획은 EU에 ‘국가’와 같은 법률적 독립체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로 꼽혀 왔다.

텔레그래프는 EU 대사관과 전 세계의 기존 유럽 국가 대사관의 관계 문제, EU 연락사무소에 파견된 각국 외교관을 EU 공무원으로 인정하느냐의 문제, 대사 선출 방식 등도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자금 조달도 큰 걱정거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는 외교 안보 정책 집행을 위해 내년에는 올해의 2억 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3억78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을 예정이지만 사실상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턱없이 모자라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