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지사 성매매 파문…美 매춘 합법화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50분



NYT “성범죄 부채질” VS LAT “현실 직시할 때”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의 성매매 파문이 미국을 강타한 가운데 13일 미국 언론에선 성매매 합법화 여부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퍼 씨는 이날 칼럼에서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범죄와 성병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성매매 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범죄가 증가한다”며 성매매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2000년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인신매매와 아동 성매매 등이 크게 증가해 최근 정책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반면 스웨덴은 1999년부터 성매매를 처벌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으론 성매매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고 덧붙였다.

그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범죄’(살인)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윤락)은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범죄와 인권유린 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패티 켈리 조지워싱턴대 인류학과 교수는 이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에서 “이제는 미국에서 성매매 합법화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합법적으로 성매매가 가능한 멕시코의 ‘갈락틱 구역’에서 최근 조사활동을 벌인 그는 “폭력 등 부정적인 측면이 남아 있지만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곳은 길거리 성매매보다 훨씬 안전했고, 성매매 산업 종사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고 소개했다.

켈리 교수는 성매매 합법화, 성매매 종사자 인권보호 및 착취 방지, 미성년자 성매매 금지 등을 뼈대로 하는 2003년 뉴질랜드의 ‘성매매 개혁법’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성인 남성 가운데 적어도 10명 중 한 명은 성매매 경험이 있고, 2005년 성매매 행위와 관련해 체포된 범법자가 8만4000여 명에 이른다”며 “‘모든 섹스 산업 종사자는 희생자이고, 모든 고객은 나쁘다’고 규정짓는 것은 편한 해결책일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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