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더티’스피처 뉴욕 주지사 성매매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호텔서 고급콜걸 불러… 수사당국 감청에 덜미

한때 ‘미스터 클린’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엘리엇 스피처(48) 뉴욕 주지사가 10일 성매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스피처 주지사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매춘여성과 만나기로 예약한 사실이 연방 수사당국의 감청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뉴욕타임스 보도 후 가족과 뉴욕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부인과 함께 나와 “가정에 대한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족, 그리고 모두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지사 사임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피처 주지사는 지난달 13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 871호 방을 예약한 뒤 고급 매춘조직을 운영하는 ‘엠퍼러스클럽 VIP’에 전화를 걸었다.

이 매춘조직은 뉴욕 워싱턴 런던 등에서 미모의 매춘여성 50여 명을 부유한 남성들에게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데, 화대가 시간당 1000∼55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틴’이라는 매춘여성은 이날 ‘고객 9번’으로 예약된 스피처 주지사에게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연방 수사당국의 감청기록에 따르면 크리스틴은 예약 담당자에게 “모든 게 잘 끝났고,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예약 담당자는 크리스틴에게 “그 사람은 때론 여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근거로 “스피처 주지사가 이전에도 매춘 서비스를 이용했음을 보여 준다”고 보도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10일 기자회견 직전 참모 및 가족과 대책을 논의했으며 부인 실다 씨는 서둘러 사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1999년부터 뉴욕 주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월가의 비정상적인 부패 관행과 싸워 유명해졌다.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 등 월가의 거물들이 불명예퇴진을 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특히 재직 중 고급 매춘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단행하는 등 깨끗한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터라 그의 탈선행위에 미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뉴욕타임스 보도 직후 CNN 등 주요 방송은 이 뉴스를 속보로 계속 방송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스피처 주지사의 지인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이다. 믿을 수 없다”고 놀라워했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2006년 기록적인 득표율로 뉴욕 주지사로 선출됐다. 스피처 주지사는 부인 실다 씨와의 사이에 딸 셋을 두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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