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군기도 하와이서 날아와 부산서 정비 받아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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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대저2동 대한항공 테크(Tech)센터. 테크센터 군용기 정비공장에 들어서자 F-15, F-16, A-10, CH53, CH47 등 각종 전투기와 헬기가 가득해 마치 에어쇼 현장에 온 듯했다.

활주로에는 막 정비를 끝낸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가 오산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달리고 있었다.

테크센터는 서비스업 외에 세계적인 항공우주기술을 보유한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대한항공의 또 다른 비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85만 m²(약 26만 평) 터에 세워진 테크센터에서는 항공기 및 위성체 개발, 군용기 정비, 항공기 부품 제작 등이 이뤄지며 3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 일본 중국 제치고 최고 정비실력 인정받아

이달 초 미 공군 F-16 사업 계약처인 미국 유타 주 오그덴 군수지원센터 사령관이 테크센터를 방문했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오산 및 군산기지에 배치된 미군 F-16 전투기 21대의 흡기구 수리를 맡았는데, 특수 장비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지난달 중순 1, 2호기 작업을 끝냈다.

오그덴 지역 사령관은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신속하게 해낸 대한항공 측에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 들른 것이다.

테크센터에서 정비를 받는 항공기는 1년에 150여 대. 날개가 분리된 A-10과 CH-53, F-15 등 항공기 40여 대가 여러 공장에서 정비를 받고 있었다.

이곳에 정비를 하기 위해 들어온 항공기들은 일단 외부 페인트부터 완전히 제거된다. 페인트에 가려진 기체의 작은 흠결까지도 샅샅이 찾아내기 위해서다.

주요 부품을 모두 분해해 수리한 뒤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비라고 하지만 완전히 새롭게 제작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테크센터 관계자는 말했다.

1978년부터 시작된 대한항공의 항공기 정비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미 공군이 C-5 수송기에 헬리콥터 두 대를 싣고 하와이에서 이곳까지 날아와 정비를 받을 정도다. 대한항공의 테크센터는 일본,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군용기 정비기지로 부상했다.

권오룡 군용기사업관리팀장은 “1978년 이후 3500대 이상의 항공기를 정비, 개량해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미군과 우리 군의 군용기는 물론 유나이티드항공을 비롯한 외국 항공기 정비도 자주 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1976년 국산 항공기 시대 열어… B787 부품도 제작

테크센터는 항공기 정비뿐 아니라 항공기 제작 분야에서의 기술력도 꾸준히 키워 나가고 있다.

1976년 국내 최초의 500MD 헬리콥터를 만들어 국산항공기 시대의 서막을 연 곳도 이곳이다. 1980년대에는 국산 F-5 초음속 전투기 ‘제공호’, 1990년대엔 UH-60 헬리콥터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최근엔 꿈의 항공기(Dreamliner)로 불리는 보잉사의 B787 차세대 항공기 기체 제작에 사업파트너로 참여해 후방 동체, 날개 끝부분, 수평재 등의 6개 부품을 단독으로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테크센터는 B787 제작 참여로만 연간 1억8000만 달러(약 1692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내년에만 3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성호 민항기사업관리팀장은 “항공우주산업은 다른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선도산업”이라며 “B787 파생 개량모델 부품 제작 사업,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부산=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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