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주개혁 모태될 정치특구 만들어야”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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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베이징 세계공원에서의 왕자오쥔 안후이 성 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 ‘중국적 특수 사정’ 때문에 직접 만나 인터뷰하지 못한다며 보내 온 사진이다. 사진 제공 왕자오쥔 정협 상무위원
지난해 중국 베이징 세계공원에서의 왕자오쥔 안후이 성 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 ‘중국적 특수 사정’ 때문에 직접 만나 인터뷰하지 못한다며 보내 온 사진이다. 사진 제공 왕자오쥔 정협 상무위원
사르코지 중국 방문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왼쪽)과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25일 베이징의 영빈관 댜오위타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3일 동안 중국에 머물며 상하이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사르코지 중국 방문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왼쪽)과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25일 베이징의 영빈관 댜오위타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3일 동안 중국에 머물며 상하이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언론-집회 자유 허용하고 다당제 도입해야

黨-정부 간부 등 90% 사석에선 같은 생각

내가 무사하다면 중국은 희망이 있는 사회

■ ‘후진타오에 민주화 공개서한’ 왕자오쥔 정협위원 인터뷰

“경제특구처럼 정치특구를 만들어 민주개혁을 성공시키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공산당 이외 정당은 집권 자체를 금지한 ‘당금(黨禁)’을 해제하라고 요구해 공산당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왕자오쥔(汪兆鈞·59) 안후이(安徽) 성 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은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왕 위원이 지난달 23일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이후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왕 위원은 “그동안 하도 많은 곳에서 전화나 e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아예 연락을 두절하고 살았다”며 “로이터통신,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 많은 국내외 매체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나는 정치가나 선전꾼이 아니라며 모두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왕 위원과의 인터뷰는 6차례에 걸쳐 전화로 이뤄졌다. 그는 당초 베이징(北京) 모처에서 대면(對面)인터뷰를 약속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뒤늦게 “중국은 나름대로의 ‘궈칭(國情·나라의 특수성)’이 있다”며 전화인터뷰로 바꿔 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은 그가 e메일로 보내 준 것이다.

―정치개혁을 어떻게 시범 실시하자는 것인가.

“성(省)이나 직할시, 자치구 단위에서 먼저 민주제도를 시범 실시해 보자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고 경제특구를 만들어 경제개혁을 성공시킨 경험도 있다. 따라서 정치개혁도 실험지구를 만들어 먼저 시범 실시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정치특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시험해 보자는 것인가.

“표현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고 다당제와 자유선거를 시행하는 것 등이다. 한마디로 민주헌정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최고지도자를 반드시 직선제로 뽑자는 것은 아니다. 간선제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자유를 허용할 경우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는 게 정국의 불안정이다. 일부에서는 ‘동란(動亂)’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는 이미 아주 모범적인 정치개혁 특구를 갖고 있다. 바로 홍콩이다. 홍콩은 표현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허용돼 의회에서는 격렬한 토론이, 거리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국은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 중국은 민주주의를 실시할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아 전제정치를 펼쳐야만 비로소 세계 속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믿는 인사가 일부 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원인은 공산당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집권의 경쟁자를 원하지 않고 독점적 권한을 나눠 줄 생각이 없다. 둘째, 공산당 지도부 내에도 개혁세력이 있긴 하지만 과거부터 공산당을 옭아매 온 전통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 위원의 글을 보고 많은 누리꾼이 “중국 공산당의 역린을 감히 건드리다니…”라며 놀라움과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게 됐나.

“내년이면 만 60세다. 우리는 매우 고통스러운 질곡의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우리 후대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

―당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많나.

“공개 석상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사석에서 얘기해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90% 이상이다. 안후이 성의 정협 위원이나 당 간부는 물론이고 중앙 정부의 간부들과도 얘기해 보면 사석에서는 모두 비슷한 심경을 토로한다.”

―당신의 글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글을 올린 뒤 한 달 사이에 격려성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이 1만 개 이상 쏟아져 들어왔다. 나를 반대하는 메시지는 7, 8건에 불과했다. 인터넷에서도 나의 주장에 찬성하는 글이 90% 이상이고 반대하는 글은 8%를 넘지 않는다.”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위협이나 사업에 영향은 없나.

“목숨을 위협하는 e메일과 전화가 한 번씩 오긴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면 중국은 ‘흑사회(黑社會·범죄조직)’와 비슷한 나라가 될 것이다. 내가 만약 법정에 서게 된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사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매우 안전하다면 중국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사회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공개서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회신을 받았나.

“지난달 23일 해외 중문 사이트인 ‘칸중궈(看中國)’와 ‘다지위안(大紀元)’에 글이 올라간 이튿날 안후이 성의 정협 주석에게 글을 전달했다. 26, 27일 자칭린(賈慶林) 전국 정협 주석에게 서신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지금쯤이면 후 주석과 원 총리가 받아 봤을 것이다. 이런 중대한 문제는 그렇게 빨리 회신이 올 수 없다. 나는 중국 지도부가 민의를 잘 헤아리는 중국의 전통교육을 잘 받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한편 왕 위원은 25일 “어제 전화를 오랜만에 켰는데 마침 당신 전화가 걸려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언론 매체의 인터뷰는 사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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