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로 방송 질 향상?… 국민이 바보냐”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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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중간광고’ 반발 확산

시청자들, 방송사 아전인수 보도 맹비난

“수신료 더 내고 중간광고까지 봐야하나”

“광고단가 인상분, 결국 소비자 부담 될것”

방송위원회가 2일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간광고의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시청자, 시민단체, 정치권, 언론학계, 미디어관련 업계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말인 3, 4일 시청자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시청자의 주권 침해이며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으로 방송의 공적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공공재인 전파를 방송사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나’ ‘수신료를 인상한다더니 이젠 중간광고까지 봐야 하나’ 등 비판 의견을 쏟아냈다.

○ 시청자들 “우리가 봉이냐?”

시청자들의 분노가 가장 컸다. 중간광고 확대 결정이 시청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중간광고 확대 결정 과정에서 여론 조사 등 시청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방송위가 14일 공청회를 통해 뒤늦게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지만 앞뒤가 바뀐 절차다.

방송위 홈페이지 시청자불만 코너에는 ‘중간광고를 반대한다’ ‘국민이 봉이냐’ 등 방송위 결정을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누리꾼 고은비 씨는 “중간광고는 대부분의 누리꾼이 반대하고 있다. 방송위는 시청자 의견을 묵살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수현 씨는 “국민 동의 없이 방송사에만 이익을 주는 행위”라며 “여권의 선심성 정책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포털 사이트 미디어다음 이슈청원 코너에서는 누리꾼들이 ‘중간광고 허용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4일 오후 9시 현재 1700여 명이 반대 서명을 했다.

특히 시청자들은 2일 방송위 결정 후 지상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중간에 휴식이 있게 될 경우 프로그램의 구성이 탄탄해지고 한 차원 높아진 양질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해외에서도 중간광고를 하고 있는 만큼 한류에 도움이 된다’고 보도한 데 대해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72개 언론·시민단체 모임인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문화연대, 대한민국방송지킴이국민연대 등 언론 관련 단체들도 일제히 방송위 결정을 비난하고 ‘시청자 서명운동’ 등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민국방송지킴이연대는 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간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이순영 사무총장은 “조사 결과 국민 대부분이 중간광고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며 “주초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중간광고 반대 서명운동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정치권 언론학자들,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정치권에서도 시행령 개정 사항인 중간광고 허용 여부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방송위가 함부로 시행령(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을 고칠 수 없도록 중간광고를 비롯한 방송광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의결하도록 5일 의원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계도 마찬가지.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방송사들이 방송위의 중간광고 확대 방침을 보도하면서 마치 중간광고로 방송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청자 권익이 배제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3사를 제외한 YTN, CBS 등 방송사들도 대처 방안을 모색 중이다. CBS 양동국 매체정책부장은 “다른 매체의 균형 발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만을 위한 특혜”라고 밝혔다.

중간광고의 단가는 프로그램 시작 전후 광고보다 2배 이상 높게 책정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광고 단가는 1시간 프로그램에 총 3억 원이 넘는데, 중간광고가 도입된다면 프로그램당 6억 원 이상을 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사들은 중간광고로 최대 5300억 원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선진국선

▼수신료 - 중간광고 함께 허용 사례없어

美-英-日공영방송은 아예 광고 안해▼

선진국은 TV 중간광고 허용 여부를 민영방송과 공영방송을 엄격히 구분해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민영방송에는 규제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중간광고를 허용한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시청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의 공영방송에는 중간광고는 말할 것도 없고 광고 자체가 없다. 독일 프랑스는 공영방송 수신료를 받으면서 광고도 제한적으로 허용하지만 중간광고는 역시 금지돼 있다. 다만 스포츠 중계 시 휴식시간엔 광고를 내보낸다.

영국 BBC 방송은 전적으로 수신료만으로 운영되며 광고가 없다.

일본 NHK 방송에도 광고 자체가 금지돼 있다. 외국인 또는 해외에 있는 일본인을 위한 NHK 국제방송에 대해서만 수신료 징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끔 허용 논란이 이는 정도다.

독일 ZDF ARD 방송에는 수신료 외에 광고가 일부 허용되지만 중간광고는 금지된다. 허용되는 광고도 하루 총 20분으로 제한된다. 그것도 저녁 프라임타임 전인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에만 허용되며 그나마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프랑스의 프랑스2, 프랑스3, 프랑스 5 방송에도 중간광고는 없다. 최근 프랑스 공영방송은 디지털 전환비용 마련 등을 이유로 정부에 중간광고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프랑스 정부는 “공영방송에까지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신문 등 타 매체와 불균형을 이룰 수 있다”며 “프랑스는 다양한 매체가 공존하는 언론 체제를 원한다”고 밝혔다.

주요국 공영방송 수신료 징수,광고 허용 현황
국가수신료광고중간광고비고
미국×××기업 협찬과 정부 보조금
영국××-
일본××-
독일×광고 하루 총 20분 제한
프랑스×중간광고 허용 요구 거절
러시아×광고 총량 제한
중국××-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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