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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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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어 서툴러 북한등 적국 잠입 엄두 못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마치 농업부처럼 변해 가고 있다. 전문가인 척하는 아마추어만 가득하고 요원들의 활동은 한발 늦거나 편협하고 창조성도 떨어진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초기 CIA에 근무 중이던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이 당시 윌리엄 케이시 CIA 국장에게 보낸 메모 내용 중 일부다. CIA가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위상 못지않게 안팎에서 각종 질타에 시달려 왔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최근 CIA는 ‘사상 최악의 무능한 정보기관’이라는 평가 속에 어느 때보다도 신랄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라크전쟁에서 보여 준 정보전 실패는 CIA가 ‘동네북’이 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출간된 ‘재(災)의 신화: CIA의 역사’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 기자인 팀 웨이너 씨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최신호(9, 10월호) 기고문에서 오늘날 CIA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속속들이 짚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숙달된 CIA 요원이 급감했다는 것. 과거의 베테랑 요원은 절반 정도가 9·11테러 이후 해고됐고 그 자리는 미숙한 20대 요원들로 채워졌다. 그 결과 정보와 노하우 축적에 빈틈이 생겼다.
마이클 헤이든 CIA 국장도 “정보 분석요원의 90% 이상이 경력 4년 미만이고 10년 이상의 중견 요원들은 최소한의 교육인력으로만 남아 있는 실정”이라고 인정한다.
특히 ‘요주의 국가’에서 정보활동을 할 1급 스파이의 부재는 시급한 해결 과제다. 아랍 시장에서 현지 언어로 물건값을 흥정할 수 있을 정도로 현지 문화와 언어에 정통한 요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인력을 갖추려면 분쟁지역에서 성장했거나 현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인물을 데려와야 하지만 이 경우 CIA의 내부 보안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렇다 보니 북한이나 이라크 같은 ‘적국’의 동태 파악이 쉽지 않다.
게이츠 장관은 CIA 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북한에 잠입시킬 만한 아시아계 요원 중에서 미국인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탄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자란 미국인을 채용하려다가 ‘영작 실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좌절된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CIA가 무능한 기관이라는 평을 떨쳐 내기 위해서는 숙달된 인력을 외부에서 찾아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웨이너 씨는 △정보요원 양성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만 명에게 요주의 지역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교육시켜 △관련 분야에서 최소 2년의 경력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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