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 ‘탈레반 수감자 석방’ 혼선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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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과정에서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없이 혼선을 빚고 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내에서조차 ‘탈레반 수감자 석방 가능’과 ‘절대 불가’ 의견이 동시에 나올 정도다.

종잡을 수 없는 아프간 정부 내 이견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한국 정부엔 이중, 삼중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 내 자중지란으로 탈레반이 협상테이블을 떠날 경우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아프간 정부의 난맥상은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보도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알자지라는 28일 오후 5시(카타르 현지 시간) 아랍어 채널을 통해 “아프간 정부가 가즈니 주에 수용된 탈레반 수감자 4명을 석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불과 1시간 뒤 영어방송에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합의된 게 아니다”고 정정 보도를 냈다.

알자지라는 이어 오후 8시 50분 인터넷판에서 “아프간 중앙정부와 가즈니 주정부 두 가지 경로로 취재 중인데 가즈니 주정부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고려하는 반면 내무부와 대통령궁은 절대 불가 방침을 보였다”는 제임스 베이스 카불 특파원의 경위 설명을 전했다.

아프간 중앙정부와 가즈니 주정부가 통일된 협상안을 가지지 못한 채 탈레반과 교섭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무니르 만갈 내무부 차관이 단장을 맡은 아프간 정부 협상단은 내무부가 주축이며 국회의원과 가즈니 주정부 및 주의회 인사, 지역 부족 원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협상에 진척이 없자 새로운 부족 원로와 탈레반 출신 국회의원이 협상단에 추가 합류했다.

중앙정부 쪽 인사들의 발언은 강경하다. 망갈 차관은 28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실패하면 ‘당연히’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단의 일원인 마흐무드 가일라니 아프간 국회의원도 “정부의 방침은 아주 명확하다. 어떤 죄수도 석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질과) 죄수를 교환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28일 보도했다.

반면 가즈니 주 인사들은 협상을 낙관하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하비브 라흐만 가즈니 주 의회 의원은 “우리는 희망적이다. 걱정하지 마라,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라”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렇듯 정부 협상단 내에서도 통일된 협상안이 없자 탈레반 측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8일 탈레반 홈페이지를 통해 “그들(정부 협상단)이 오늘내일로 미루면서 위기상황을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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